라주디스 검사: 그리고 그 다음에는? 

증인: 그리고 그다음에는...... .

라주디스 검사: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바버 씨?

증인:그 여자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를 둔 부모라면 설레게도 또 한편으로는 아주 두렵게도 만는 질문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아니면 책을 덮고 나서 또 어쩌면 앞으로 좀 오랫동안 유효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죠. '우리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자랄까?'

미완성된 것 만큼 가능성이 많으며 궁금증을 일으키고 또 설레면서 두렵게 만드는 일도 없도 없을 겁니다. 어쩌면 잘 되겠지. 어쩌면 잘 됐겠지. 결과가 결국 어쩌면 안 될 수도 있기에 모든 답 앞에 어쩌면이 붙는 것만큼 좋거나 혹은 나쁜 것도 없으니까요. 

 

<소장 번호 공팔- 사사공칠, 매사추세츠 주 대 제이컵 마이클 바버 사건, 일급 살인 한 건. 피고 측 변호사, 조너선 클라인. 검찰 측 검사, 닐 라주디스>

 

열네 살 소년의 시신이 숲에서 발견 된 2007년 4월 12일 목요일 오전 차장검사 앤디 바버에게 매사추세츠 주립 경찰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과 연이어 걸려온 전화 두 통을 시작으로 바버 가족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됩니다. 톱니 모양의 칼. 피해자와 비슷한 키. 그리고 피해자의 운동복 상의 안쪽라벨에 찍힌 온전한 지문 하나. 이 세 가지 외에 뭔가 쓸만한 단서를 더 찾지 못한 채 며 칠간 수사를 이끌던 앤디는 자신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 학생이 살해 된 살인 사건을 반드시 해결하리라 장담하며 아이들의 세상 페이스 북에 접속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한 아이가 피의자로 지목돼 공격을 받는 글을 발견하는데 다름아닌 바로 자신의 아들 제이컵이었습니다. 언제나 나쁜 예감은 절대 비켜가지 않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일까 피해자의 옷에 찍힌 지문의 주인이 제이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결국 제이컵은 피의자로, 앤디는 검사가 아닌 증인으로 또 변호사로 그리고 아내 로리 바버 가족 모두가 법정에 섭니다. 

 

 

 

제이크가 서너 살 무렵, 우리는 취침 전에 어떤 의식을 치렀다. "누가 제이컵을 사랑한다고?" 라고 내가 물으면, "아빠요." 라고 제이크가 대답했다. 매일 밤 제이크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 둘은 그렇게 마지막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굳이 그런 식으로 제이크를 안심시킬 필요는 없었다. 제이크는 아빠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자기 아빠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믿었다. 이 소소한 질문과 답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p35-

 

살인한 죄로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인 아버지가 있으며, 이미 죽은 할아버지는 먼 나라까지 이민을 와 성씨를 바꾸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했던 어떤 심상치 않은 진실을 숨긴 사람이었다는 로리도 몰랐던 앤디의 집안 내력이 사건과 함께 세상에 알려졌으니 이제 제이컵이 혐의가 벗겨진다고 해도 가족 모두의 앞날에 이미 피가 뿌려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죠. 하지만 제이컵만 결백하고 그 결백이 증명된다면 바버 가족은 다시 평범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을 겁니다. 

 

 

 

 

 

좋은 품성, 좋은 환경, 좋은 직업 아마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어떤 한 사람을 평가 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보는 것 중에 이 세 가지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듯 비슷한 이 조건들은 보통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완성된다고 하죠. 그렇다면 특별히 부족한 것 없어 보이던 제이컵에게 과연 어떤 숨겨진 문제라도 있었던 걸까. 자신들의 평범한 자녀가 사실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으며 살인과 어떤 연관이 있을 가능성만 있어도 그 당혹감과 무기력함으로 인해 부모는 숨쉬기도 힘들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길 잃은 동물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을 하찮게 보며 끔찍한 행동을 했다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이 몰랐던 제이컵의 문제에 대하여 그러니까 제이컵의 심장이 다른 아이들보다 두 치수 작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매사추세츠 주 제이컵 마이클 바버의 일급 살인 사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누구나 살인을 한 열 네살 소년의 인생은 뻔하게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 예상하는 가운데 앤디가 피의자로 지목했던 아동성추행범 레너드 패츠가 자백서를 쓰고 목을 매 자살했다는 갑작스런 소식과 함께 바버 가족의 또 다른 인생이 다시 한 번 더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탱고를 춘 다음에 무엇을 할 거니, 제이크?"

"아마 학교에 가겠죠."

"그 학비도 내가 지불해야 해?"

"물론이죠."

"학교를 졸업한 다음엔?"

"모르겠어요, 어쩌면 아빠처럼 검사가 될지도 모르죠."
"은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러니까, 도망자가 되면?"
"아니야. 사람들은 제이컵에 대한 일을 전부 잊게 될 거야. 그리고 제이컵은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를 추는 아름다운 여인과 길고 멋지고 행복한 사람을 살게 될 거야. 그리고 제이컵은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로리가 제이컵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몸을 일으켜서 아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로리는 누워 있는 제이컵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제이컵은 아이들을 갖게 될 테고, 그 아이들이 또 아이들을 갖게 될 거야. 그리고 제이컵은 아주 많은 이들에게 아주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줄 거야. 그래서 옛날 옛적에 미국에서 제이컵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가 나돌았다는 사실을 누구도 믿지 않게 될 거야."

제이컵이 눈을 감았다. -p520-

 

적당히 평범하고 무신경해보이며 대책 없어 보이는 열 네살 아이의 모습 이외에 제이컵에 대하여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이 대화뿐 아니라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피의자로 지목이 되고, 법정에 서고, 사람들에게 살인자 소리를 듣고 심지어 부모마저 의심하는 상황을 맞을 때마다 제이컵에게서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것이 제이컵의 성격인지 아니면 그 또레 소년들이 비슷한지 몰라도 그저 알수 없을 뿐 그뿐이라고 어쩌면 로리도 제이컵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유일한 증거물 칼을 없애고, 앤디 바버의 아버지는 앤디 바버 본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아버지 빌리 바버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앤디가 오직 제이컵을 위하여 살고 있는 동안 로리 역시 주방에서 쓰던 식칼을 공원 어딘가에 눈에 띄게 숨기면서 수사에 혼선을 주고, 곁에서 버텼고, 또 무엇보다도 제이컵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자신의 일을 하느라 3개월 된 아이를 시설에 맏겼고, 아이가 자라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주변 친구들이 다치는 일이 일어나고, 이제는 주변 친구 하나가 죽음을 맞은 상황과 관련해 피의자로 지목된 지금의 상황까지 모든 일들이 로리에게는 달랐습니다. 제이컵은 그저 취약하고 과민한 아이였을 수 있으며, 지금으로선 원인과 결과를 짐작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말도 들리지 않았겠죠. 내가 그때 시설에 맏기지 않았더라면 남자아이라면 흔히 그 정도 과격한 행동은 할 수 있다고 내가 그냥 넘기지 않았더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괴로웠을 겁니다. 엄마니까요. 그러니까 엄마들에겐 다르죠.

 

"당신은 조금 수월할 거야. 재판 과정을 지켜본 경험이 많으니까. 그리고 엄마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당신한테 이번 소송이 쉬울거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그렇지 않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나는 달라. 나는 못하겠어. 나는 버텨내지 못할 거야."-p345-

 

제이컵의 혐의가 벗겨지고 다시 평범한 가족으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고 싶지만 평범한 한 가족에게 가족 중 누군가 그것도 이제 겨우 열 네 살 내 아이가 살인자라면 이런 만약의 일이 생긴다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던 대로 원인은 로리이며 제이컵이 결과라는 그 생각으로 결국 사건은 로리의 손에서 끝이 나지만 앞으로도 남은 사람들에게 삶은 계속됩니다. 어쩌면 너무 오래 계속될지 모를 일입니다.

 

'제이컵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서 실망했을 것이다. 전설(별명,무시무시한 명성,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살인)은 그 주인공에 비해 지나치게 거창했다. 결국 그 쇠잔한 늙은이는 범죄자, 우량종 범죄자일 뿐이었다.............. 나중에, 약간의 방랑을 끝낸 후에, 제이컵은 어딘가 먼 곳, 누구도 바버 가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곳, 최소한 누구도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는 곳에 정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언젠가 제이컵은 제 아들을 품에 안고 그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궁금해했을 것이다. '넌 누구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내가 제이컵에게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p579-

 

 

 

 

[이 글은 서평단 후기 활동이며, 해당 출판사로 부터 제품을 제공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