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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적용하는 구약, 그 살아있는 이야기!

박 정 원

요한복음을 읽다보면 “예수의 행하신 일이 이 외에도 많으니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줄 아노라”라는 21장 25절의 말씀이 등장한다. 물론 이 표현은 ‘과장법’이다. 그러나 이 과장법은 결코 ‘과장’이지 않다고 믿는다. 예수님의 행하실 일, 그리고 하나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은 결코 성경안에 다 기록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분량의 것도 아님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하는 수 없이 많은 부분들을 최대한 간결한 언어로, 효율적이게 기록되었다. 마치 방대한 양의 파일을 압축 프로그램으로 압축하고 또 압축한 것과 같이... 그러하기에 성경의 그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늘 우리에게 그 배경을 궁금하게 하고, 더 많은 묵상을 요구하며, 역사나 그 시대의 환경과 문화, 그리고 기록자의 성향까지 많은 것들을 살펴보도록 요구한다.

특별히 설화체 본문이 주를 이루는 구약은 이러한 상황이 더욱 많다. 모세오경, 역사서, 선지서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기원을 알 수 없는 ‘태초’부터 수천 년 전의 사건까지 방대한 이야기로 전개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이야기를 모두 실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자세하게 기록할 수 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때론 구약은 지루하게도 다가오고, 때론 어렵게도 다가온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연 구약은 그렇게 어렵고, 지루한 책일까?

물론 그 답은 ‘아니다’이다. 구약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고, 그 언어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무엇보다 성령의 감동으로 구약에 다가갈 때, 구약은 재밌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물론 흥미도 있거니와 뜨거운 감동과 생명의 진리가 있음은 말 할 나위 없다.

이러한 사실을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인 책이 바로 김중기 교수님의 쓴 ‘삶에 적용하는 구약’이라는 책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뭔가 현대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 같고, 우리의 삶에 딱히 큰 적용점도 없는 것 같이 느껴지는 구약을 우리의 삶과 그 시대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해주고, 지금의 삶에서도 여전히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의 정수를 우리에게 주는 귀한 선물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창세기부터 말라기에 이르는 396가지의 이야기를 그의 타고난 재담으로 풀어 우리에게 맛깔스럽게 내어놓고 있다. ‘창조의 경륜,’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사건,’ ‘삶 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 ‘네게 새 힘 주리라,’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내 영을 네게 부어주리라’와 같은 6가지 영역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들은 구약이 얼마나 일관성 있게 우리에게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저자가 실은 396가지의 이야기들과 그 성경의 본문은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던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유명한 본문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모두 주일 학교를 통해서 이 본문을 접해 보았고, 또 어른이 되어서도 심심치 않게 이 본문에 관해 들어보았다. 그러나 저자의 재담이 섞인 성경 이야기는 결코 그러한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는 그 이상의 깊은 묵상과 신학적 석의, 그리고 날카로우면서도 은혜 넘치는 적용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진 묘미요 큰 유익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또 책을 덮으면서 ‘과연 이 책은 어떤 장르인가?, 과연 어떤 특성이 있는가?’하고 즐거운 미소를 짓게 된 적이 많았다. 그냥 단순히 구약의 본문을 토대로 한 ‘설교집’도 아니고, 그냥 구약의 사건을 이야기로 재밌게 풀어낸 ‘이야기집’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교집보다 훨씬 부드럽고, 재밌게, 그러나 이야기집 보다 훨씬 성경적이고 신학적이며 유익하도록 구성된 것이 이 책이 지닌 특성이요, 우리에게 주는 큰 유익인 것이다. 일례로, 독자 이삭을 바치는 아브라함의 심경을 마치 그 연극을 보는 관객의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처리한 저자의 재치는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하나님과 아브라함, 그리고 이삭의 그 숨 막히는 당시의 ‘재연’을 바라보며 그 본문 말씀을 더욱 생생하게, 그리고 교훈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기며 지나친 본문도 저자에게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우리가 너무나도 평범하다고 여겼던 본문과 그 본문의 사건은 저자에게 있어서 풍성한 이야기 꺼리요, 하나님의 진리와 교훈이 넘치는 보고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한 번쯤 의문점을 달았던 본문과 구절에는 여지없이 저자의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짐을 보게 된다. 그리고 저자의 명쾌한 석의와 재치 있는 상상력에 무릎을 치게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저자를 통해,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설교자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구약을 설교하고,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귀한 가르침과 깨달음을 대선배님으로부터 얻게 되었다. 이토록 생생하고 생명력 넘치는 귀한 구약을 여지껏 생생하게 전달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운 시간도 되었다.

앞으로는 더욱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구약의 진리와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