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만났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모든 이에게 의미 없는 삶이란 없고, 모든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게 서로서로 연결되어있다. 신은 존재하고 ‘우연’은 신만이 아시는 필연일 뿐이다…… 이런 말들을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에게 듣게 된다면 무슨 가당치도 않는 말인가 하고 코웃음으로 넘겼을 말들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저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는 다 이유가 있어 태어났고 내가 알던 모르던 하루에도 여러 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의 주인공 에디 역시 어느 날과 똑같았던 하루, 갑자기 발생한 놀이기구 사고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리하여 천국을 방문하게 되고 거기에 생에서 가장 영향을 주고 받았던 다섯 사람을 차례로 만난다. 첫 번째 만났던 파란사내는 어린 시절 에디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었으나 에디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었다. 에디는 진심으로 사과하며 자신 때문에 대신 죽은 파란 사내게 죄값을 치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파란사내는 삶과 죽음에 공평함이란 원래 없으며 모든 일에 우연이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죽음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고……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에디가 살았으므로. 그리고 덧붙인다.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에요.”

에디의 두 번째 만남은 베트남 전에 참전했을 때의 상사였던 대위였다. 에디는 동료들과 대위와 함께 적군의 포로가 되어 고초를 겪다 몸이 약해져 강제노동을 할 수 없었던 동료를 적군이 무참히 죽이는 것을 보고 탈출을 감행한다. 탈출에 성공한 시점에서 에디와 동료들은 적군의 기지를 모두 불태웠다. 그러다 에디는 불타는 헛간에서 움직이는 작은 그림자를 본다. 그것을 쫓아 패닉상태에 빠진 에디는 갑자기 날아든 총알을 다리에 맞고 의식을 잃고, 동료들에 의해 폭격을 피해 그곳을 빠져 나오게 된다. 그런데 그때 에디의 다리에 총을 쏜 사람이 다름아닌 대위였다는 것을 알게 된 에디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감에 대위를 때린다. 그러나 그것은 곧 에디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과 탈출하는 길에 다른 사람보다 앞서 길을 시찰하던 대위는 그 자리에서 지뢰를 받아 공중분해 됐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대위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대위는 목숨은 잃었지만 부하를 혼자 버려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자부심을 얻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 만남의 상대는 에디가 평생 일했던 ‘루비 가든’의 루비라는 이름의 모태가 된 루비부인이었다. 에디는 그 루비부인과의 대화를 통해 어린 시절 상처만 주었던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게다가 자동차 키를 케이블에 떨어뜨려 놀이기구 사고를 유발했던 사람이 루비부인의 손자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렇듯 상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인생은 서로 얽히고 설켜있었다. 네 번째 만남은 사랑했던 아내 마거릿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빨리 에디를 떠났던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죽었다 해도 자신은 바로 에디의 가슴 안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만남, 조그만 동양인 소녀를 만난다. 그리고는 알게 된다. 이 아이가 바로 베트남 전쟁 때 헛간에서 보았던 움직이는 그림자였다는 것을…… 자신 때문에 그 아이가 죽은 것을 알게 된 에디는 흐느끼지만 에디의 손길이 닿은 아이의 화상자국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이는 에디가 루비 가든에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었고, 그가 하는 일이 의미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에디가 놀이기구 사고 때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었음을 알려준다. 에디는 이렇게 다섯사람을 만나는 동안 때로는 용서를 구하고 때로는 용서받으며 기쁘고 슬펐던 과거의 시간들을 정리한다.

내가 무심코 한 행동 때문에 누군가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나 역시 누군가의 행동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의 연속이 아닐까. 그렇지만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 꼭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죄책감도 큰 억울함도 없을까…… 오늘 내가 눈을 뜨고 건강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도 내가 모르는 타인의 희생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오늘이 내가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날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매일 비슷했던 날들이 갑자기 어제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오늘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마음을 오래오래 잊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