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는 1913년생으로 1960년 50세도 되지 않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17세에 폐결핵이 발병하여 사망할 때까지 몇번이나 재발해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했다. 그로 인해 자신의 꿈이었던 대학교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고 삶의 진로가 바뀌게 된다. 2차대전에도 병으로 입대하지 못하고 레지스탕스에 가담하게 된다. 그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반식민지 운동을 하고 공산당에 가입하기도 하며 사형폐지론자이기도 했다. 소설 뿐 아니라 희곡을 쓰고 직접 연극연출과 배우로도 활동했다. 그가 <이방인>을 쓴 때는 1930년대 중후반으로 그의 나이 20대 중반이었다. 그는 1957년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자신은 작가가 되기로 하면서 이미 자신의 작품세계의 계획을 세웠었다고 한다. 첫째는 부정(부조리), 둘째는 긍정(반항), 셋째는 사랑을 주제로 소설, 연극, 사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부정과 긍정에 관한 작품들을 차례로 발표했으나, 불의의 사고로 사랑에 대한 작품은 남기지 못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는 사랑에 대한 또다른 형태의 철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죽음이 많이 등장한다. 자연사, 타살, 사형의 형태가 등장하며 그것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큰 주제 중 하나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부정(부조리)를 사상적으로 보여준다는 <시지프 신화>의 첫문장을 이런 글로 시작한다고 한다.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 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 된다." 

 <이방인>의 첫문장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주인공은 주변에 별 관심이 없는, 현재만을 사는, 말이 없는, 자신에게조차 무관심한 사람이다. 말이 없는 이유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말을 시작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간단한 대답만 한다.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표현하기 싫고, 하지 않을 뿐이다. 책은 어머니의 장례식과 그 후의 별다르지 않은 일상생활, 그리고 우연한 살인까지의 1부와 재판과정과 사형집행 직전까지의 2부로 나뉜다. 소설 자체는 130페이지 정도로 짧다. 그 안에 죽음의 세가지 형태와 사회의 부조리함을 모두 담고 있다.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은 예수의 마지막 모습과도 중첩되는 느낌을 준다. 물 위를 부유하는 기름 한방울처럼 살던 주인공은 재판과정에서조차 물과 합쳐지지 않으며, 자신이 느낀 감정과 자신이 실제 인식한 것을 발언하는 것 이외에 어떤 자기변호도 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것 또는 자신이 느끼거나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을 대답하거나 말하는 것은 거짓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의 담담함과 주의에 대한 무관심한 행위들은 결국 그를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살인자로 만들고 사형을 언도받게 된다. 주인공이 그런 것처럼 소설 역시 말이 많지 않다. 굳이 깊이 표현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논문이나 해설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카뮈는 미국판 서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쓰고 있다. 후에 쓰여진 논문이나 해설서들이 무슨 말을 하든 카뮈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는 재판이라는 것의 부조리인 것이고 거짓을 말하는 세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다.  그는 또 <이방인>을 희곡으로 각색하겠다는 독일인에게 쓴 편지 안에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소설에서 공격받고 있는 것은 윤리가 아니라 재판의 세계이며 그것은 부르조아이기도 하고 나치이기도 하고 공산주의이기도 하며 한마디로 우리시대의 모든 암들이다. 뫼르소(주인공)는 죽는 한이 있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을 가지고 있으며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는 것일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도 의미한다.뫼르소는 판사들, 사회의 법칙이나 판에 박힌 감정들의 편이 아니라 햇볕이 내리쬐는 곳의 돌이나 바람이나 바다(이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처럼 존재한다."

 고등학교때쯤 읽었던 기억이 있지만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것이다. 다시 읽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이런 저런 재판과정에서 보이는 수많은 거짓들과 겹쳐지면서 씁쓸함을 느끼지만, 카뮈가 독일인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거짓말에 대한 광의적 정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말에 더더욱 서글퍼진다.

그리고 알베르 카뮈가 "사랑"을 얘기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아쉽다.

이방인, 알베르카뮈, 알베르까뮈, 카뮈, 까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