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바빠서 였을까.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진중하게 나이가 듦에 대하여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것 같다. 아마도 찬란한 젊음의 화려함에 취해 영원히 젊게 살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주어진 젊음이 사라진다는 것이 외면하고 싶을 만큼 싫기도 하고 말이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니었던것 같다. 요즈음 유행의 중심이 어려보이는 것에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람들은 그 유행을 쫏기위해 어려보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기울인다. 성형수술도 불사하지 않으면서까지 말이다. 보이는 것에 치중하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자연의 힘을 거슬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어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죽음의 앞에서 외모의 어려보임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중요한것은 책제목 그대로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이 아닐까.

공자는 만년에 논어의 위정편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四十而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일곱 번 ㉢문체 이름')" "tooltip_off()">七十而從心所欲 踰矩)."  곧 그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거지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살아가면서 "저 사람 참 나이갚도 못하네."라는 말을 종종 할 때가 있다. 그만큼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나이에 어울리는 내면의 성숙함도 같이 커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하여 성숙한 삶을 완성하기 위해 여덟개의 문에 대한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여덟개의 문은 다음과 같다.

 1) 은의 문 : 새로운 시작과 모험의 신비를 알려주는 문이다. 신비로운 거울 과도 같아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본성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곧 자아를 내려놓고 몸과 마음의 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시작인 것이다. 이 변화를 수용하고자 함으로부터 새로운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2) 하얀 말뚝의 문 :변화하는 정체성과 사회적인 가면을 드러내주는 문이다. 여기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가면과 역할, 일과 이력과 관계 이면에 있는 진정한 자아의 본질을 드러내고 이를 자각해야 한다.

3) 점토의 문 : 육체의 끊임없는 변화와 그 덧없음을 상기시켜 주는 문이다. 여기서는 우리에게 몸을 신뢰하고 보살피라고 말한다. 몸은 곧 '축제'라는 인식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4) 흑백의 문 : 한 사람 이상 다른 이와 동행해야 하는 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만들어낸 고립을 극복하고 우리 자신과 주변의 관계를 오염시킨 냉소주의적 요인들을 모두 몰아낸다. 즉 우리가 겪어온 과거의 모든 관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5) 전원의 문 : 의미있는 일과 봉사, 창조의 영역을 탐구 하는 문이다. 그리고 그 영역과 우리들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인생의 소명을 재평가 하게 된다.

6) 뼈의 문 :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 주는 문이다. 인격과 고결함과 지혜의 깊이를 더하라고 재촉하는 문이기도 하다.

7) 자연의 문 :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으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부분을 발견해야 하는 문이다. 내면의 고요와 평화를 경험할 때 우리는 자연과 침묵에서, 그리고 우리의 존재 중심에서 경험하는 소중한 순간의 지혜와 영성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8) 금의 문 : 자아의 깊은 본질에 눈을 뜨고 우리들 자신의 영성을 신뢰하고 해방시켜야 하는 인생의 후반부를 시작하는 과정의 마지막 관문이다. 이 문에서 앞으로 나아가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해방과 분리의 지혜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들을 통해 저자는 각 문 마다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며, 반추하는 과정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이 쉬운일만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아무런 고민도 노력도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살 수 만은 없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해 주는 문마다의 과제를 실천하고, 그것이 한번의 실천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반추해 보아 변화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 나이가 든 이후에 때는 늦었다고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은의 문에 발을 들여 놓는 결단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