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째서? 

도대체 왜 나는 그동안 이 작가를 알지 못했는가????

그동안의 내 독서가 얼마나 편협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기 시작했다.

물론 그래서 열린책들의 세계문학들을 읽고 있는것이기도 하지만. 

"로저 젤라즈니  Roger Zelazny

<한 세대에 한 명 나올까말까한 작가!>

SF에 대한 기존 관념을 재검토 하게 한

아메리칸 포스트 뉴웨이브의 거장 로저 젤라즈니의 환상가득한 이야기들"

, 이렇게 책 뒷표지에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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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말하자면, 그리고 이 책을 고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혹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보다 (그는 1961년 생이다) 

약 30년 일찍 태어난 로저 젤라즈니 (1937년에 태어나 1995년에 사망)의 중단편들이 묶여있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작가가 창조해낸 세계의 이야기에 폭 빠져들어 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새로운 세계. 그리고 그 속의 인간.

그리고, SF는 그저 껍데기 일뿐, 그 안에 담겨 있는 깨달음들. 인생의 의미들. 

이 책에 있는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맘에 들지만 

그 중 나는 

이 책의 맨 앞에 실려있던 12월의 열쇠 (The keys to December)가 가장 인상적이다. 

그 이미지가 잊혀지지 않는다.

12월의 열쇠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잉태되었지만, GMI 계약 옵션에 의거, 3,2-E, 한랭 행성종(알료날 거주를 위해 개조된), Y7 <고양이 형태>로 태어난 쟈리 다크는, 그에게 거처를 보증해 주었던 이 우주 어느 곳에서도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이것을 축복으로 볼지 저주로 볼지는 당신의 자유이다."

그리고 그 외 기억에 남는 문장.

" 밤의 금성은 검은 물의 세계이다. 해안에서는 어디서부터가 바다이고,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새벽은 잉크병에 우유를 따르는 듯한 느낌. 우선 희고 불규칙한 엉김이 여기저기에 생기기 시작하고, 곧 흐르는 듯한 소용돌이로 변한다. 잉크병을 흔들어 그것이 회색 콜로이드가 되고, 좀 더 밝은 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라. 그러면 느닷없이 낮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 혼합액을 가열하는 것이다.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중에서; The doors of his face, the lamps of his mouth>.

ps.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은 노인과 바다를 연상케 했다.

ps2. 성질급한 내게는 이런 중단편집이 딱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ps3. 원서를 읽어보는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잠깐 들었다. 내게 원서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만.

또한 이 책 마지막에 실려있던 <루시퍼>의 이야기도 좋았다.

기승전결의 뻔한 패턴을 끌고 가거나 억지스러운 결말을 유도해내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이런 산뜻한 (?) 단편이 매우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