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 중에서 항상 앞쪽에 두고 있으나 너무나도 방대하여 어떤 작가의 책으로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난감한 책 중의 하나인 <아라비안 나이트>가 이번에 아이들 필독서라 읽게 되었다. 원하는 방향은 아니지만 이렇게 축약본으로 시작하는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닌듯 하다. 이렇게 한 번 읽고 보니 어서 제대로 된 시리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고 먹게 된다.

 

 페르시아(지금의 이란) 또는 인도의 오래된 구전 설화인 <아라비안 나이트>는 이슬람 문화권의 대표적인 이야기다.

 페르시아 왕은 불륜을 저지른 왕비를 죽이고 이에 대한 복수로 매일 밤 새로운 왕비를 들이고 다음 날 그녀를 죽이는데

 '세헤라자드'가 매일 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해주고, 그 이야기를 듣던 왕은 그 다음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살려두다가 1001일이 흘렀고, 그 동안 왕은 마음이 풀리고 '세헤라자드'를 정식 왕비로 맞이했다며

 

 그 천일 동안 했던 이야기라서 <아라비안 나이트>는 <천일야화>라고도 불린다.

 

 이 책에는  <신드바드의 모험>, <날아다니는 양탄자>, <어부와 마귀>, <어린이 재판관>, <말하는 새>, <하늘을 나는 말>이 실려있다. 

 내용이야 워낙 유명한 것들이라서 굳이 쓰지 않는데 그중 기억나는 것은 <신드바드의 모험>에서 다섯 번째의 항해인 '식인귀'를 만나는 내용이다. 7살 내외로 <신드바드의 모험>을 책으로 읽었는데, 그 때쯤 T.V에서 만화로도 이 이야기를 봤는데

 책으로 봤을 때는 그냥 그렇게 읽었는데 읽자마자 만화로 본 그 '식인귀'의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막 울었던 기억이 있다.

 만화로 보니 식인귀의 모습이 바짝 마르고 검게 탄 피부의 할아버지 같았는데

신드바드의 어개에 무등을 타고 앉아서 두 무릎사이에 신드바드의 머리를 조이며 마음대로 휘두른느 모습은 너무 무서웠고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는 신드바드가 불쌍했었다. 그러다가 술을 먹여 취한 식인귀를  단번에 내동댕이 치며 죽이는 신드바드가 너무 무서우면서 '착한 사람'인 신드바드가 나쁘지만 식인귀를 '죽이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었다.

 

 장군 - 이순신, 강감찬 등- 이 나쁜 사람을 죽일 때는, 나쁜 사람들이 각각 개인으로 보이지 않고 덩어리로 보였기에

 그 나쁜 사람들이 사람임에도 사람으로 안보였는데

 착한 - 주인공이니까 - 신드바드가 나쁘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게다가 나쁜 사람이 여러 사람이라서 덩어리로 보이는 게 아니고

 주인공인 신드바드와 말도 하고 처음엔 그저 연약한 노인으로만 보여서 죽여야 할 정도로 나쁘다는 생각을 못했다가

 연약해 보이던 할아버지가 알고보니 나쁜 사람이라서 놀랐고

 아무리 나쁘더라고 착해야만 하는 주인공인 할아버지를 죽인다는 것에 너무 놀랐던 모양인데

 

 이 책을 아주 오래간만에 읽으면서도 그때 놀랐던 기억이 고스란히 기억났다.

 

 그러고보면 난 참 별일도 아닌것도 너무 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하여간 덕분에 <아리비안 나이트>의 간을 봤으니 이젠 제대로 된 번역본을 찾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