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알게된 건 아마도 대학교를 1년 휴학할 무렵이었다. 

취업스펙을 만든다는 명목이었으나 다 핑계고 군 제대 이후 갑작스레 늘어난 공부량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심신이 지쳐있어서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컷던 것 같다.

 휴학생 신분으로 자격증 학원과 토익학원 도서관을 오고 가면서 틈틈히 잊고 있던 책을 다시 집어들기 시작한 것 같다. 그 때 도서관에서 대여할 책을 고르던 중 눈에 들어온 네 글자의 제목.<인간실격>.

 이런 자극적인 제목으로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다니. 

 

 다자이 오사무. 그의 작품들은 일본의 패전 후 삭막하고 어두웠던 당시의 젊은이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젊은 층들 또한 그의 퇴폐적이고 어두침침한 작품들을 어찌 싫어할 수 있으랴. 

 오바 요조. 특별히 언급 하지 않아도 다자이 오사무의 생에를 안다면 그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작가 스스로도 부잣집 여섯 째 아들로 태어나 공산주의 운동, 약물 동반자살등 다섯 번의 자살시도등 그의 생에와 여러가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마치 그의 자서전을 보는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

 

 "부끄러운 생을 살았습니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 뿐 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요조의 순수함과 인간 실격 선고를 내리는 과정은 보는 내내 무언가 찝찝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세상에 찌들어가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독자 스스로도 그렇게 되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PS. 민음사에서 나온 인간 실격에는 마지막에 '유다의 고백'이라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방 더 맞아 완전히 뻗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인간실격, 다자이오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