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서 윤리의식을 찾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철학자들은 윤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 폭풍관심 갖았을 수도 있지만;)

형이상학에만 집중했기 때문일까..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형이상학과 윤리를 하나로 본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인 레비나스다.

그리고 이 책은 1981년 프랑스 뀔뛰르(프랑스의 교양방송)에서

약 두달간 필립 네모와 나눈 데화를 옮긴 것이다.

따라서 얇고 간단하여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그는 성경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큰 철학가들이 쓴 책을 읽고 해석하면서 내게는 철학이 성서와 반대라기보다는 성서에 가깝게 보였다. 성서의 주제들이 구체성을 띈 반면 철학책은 그렇지 못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철학이 무신론이라는 인상을 받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철학의 글귀 몇 줄이 하나님을 증명할 수 없듯이, 철학자가 아무리 비슷한 은유를 동원해서 하나님을 표현한다 해도 성령은 그 너머에서 역사하신다."

 

"현대의 역사비평에 따르면, 수세기 전의 믿음과는 달리, 성서의 저자가 여러 명이며 서로 다른 시대에 활동했다고 하지만 그런 사실이 우리의 신념을 흔들지 모한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성서의 기적을 여러 문서의 기원이 같은 데서 찾지 않고, 오히려 서로 다른 문서가 같은 내용을 향해 모이고 있다는 데서 찾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한 사람이라는 것보다 서로 합류한다는 것이 더 큰 기적이다. 그런데 그 합류의 푯대가 윤리다. 말할 나위 없이 그 윤리가 성서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레비나스가 말하는 윤리는 칸트의 그것과 같은 책임과 의무다.

그게 내가 예전에 쓴 우정론과 맥락을 같이 해서 쫌 뿌듯했다ㅋ

물론 저자는 친구관계를 넘어 모든 관계에 적용했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책임성으로만 맺어진다. 그 책임을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어떻게 책임을 질지 알든 모르든, 그를 위해 뭔가를 뚜렷하게 할 수 있든 없든 그렇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존재(being: 있음)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말고

사람 답게 살아야 한다!

내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하게 살려고만 하지 말고

타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섬기는 삶..

완전 성경적 윤리학인데?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다. 곧, 참으로 사람다운 삶은 있음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삶은 다른 사람에 눈뜨고 거듭 깨어나는 삶이다. 철학전통에서 자신있게 말하는 것과 달리, 있음이 곧 있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른바 conatus essendi(존재의 충동)을 모든 권리와 의미의 근거로 볼 수 없다."

 

고민해볼 것:

내 삶의 의미(존재의 이유)가 확실해지고 안정적이 된 다음에

남을 돕고 섭기는 삶을 살 것인가? 그게 가능하리라 보는가?

그게 아니라면, 내 삶은 끊임없이 힘들고 불안하지만,

타인을 위해 살 때 비로소 내 삶의 의미도 살아나는게 아닐까?

레비나스의 말대로 형이상학과 윤리학이 하나라면

후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삶이 힘들다, 무의미하다, 일상이 반복된다" 같은 고민만 하지 말고.

 

 

"윤리와 무한"

Emmanuel Levinas 지음, 다산글방, 2000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