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읽기 쉽지 않은 철학사!(양이 많아서)

제목 그대로 서양 철학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는데,

앤소니 케니의 '잉글리쉬 스타일' 철학사를 맛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초기 철학인 피타고라스에서부터 현대철학까지.

그걸 다 다루는 건 무리겠지.

그렇다고 이 책의 장단점을 논하는 것도 무리다.

그냥 요렇게 재미있는 내용도 있으니 한번 봐봐.

 

"데카르트는 자신의 더 나은 판단에 역행해 크리스티나 왕비의 왕궁 철학자로서의 지위를 받아들이도록 설득당했고, 크리스티나 여왕은 네덜란드로 그를 데려오도록 전함과 함께 해군 장성을 보냈다. 여왕은 자신에게 아침 5시에 철학 수업을 해줄 것을 고집했다. 평생 늦잠을 자왔던 데카르트는 이 정권 아래에서, 혹독한 스웨덴 겨울의 희생자가 되어 1650년 사망했다."

 

대부분의 위대한 철학자에 대해 다루었지만

아무래도 모두를 다룰 수 없었기 때문에 취사선택을 했는데

하이데거가 없는 건 아쉬움이다!

 

하지만 (내가 동의하는 바)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비트겐슈타인을 꼽으며 마지막 챕터에서 자세히 다루었는데

그 점은 아주 좋았다.

실존철학은 별로 안 좋아하나 보군..

 

"철학적 문제들은 새로운 정보를 줌으로써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아주 명백한 것을 간과하지 못하도록 늘 알고 있던 것들을 배열함으로써 해결된다. 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 생활 속에서 언어를 비철학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때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분명한 시각을 갖게 해준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기능이란 우리의 생각 속의 얽힌 문제를 풀어 주는 것이라는 멋진 말을 했다. 이것이 맞다면 철학자는 아주 복잡한 행동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의 결과물은 정교한 구조물이 아니라 한 줄의 끈처럼 알기 쉬운 것이다."

 

철학이 어려운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쉽고 따듯하게 다가가 삶을 감사 안아줘야 하는데

철학자들 표정과 말투부터가 딱딱하니 그게 될 리가 있나.

그리고 또 공감할 수 있는 건

종교를 너무 합리화시키려는 시도들에 대한 지적이다.

천년 넘게 답이 안 나온 "신 존재 증명" 같은 걸 대체 왜..

그 천재들이 그런 문제로 얼마나 시간을 낭비 한 건지!!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종교를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하는 시도야말로 미신의 극치로 보였다."

 

꼭 옳은 말은 아닌데, 그냥 공감이 간다.

누구도 날 혼내선 안 됨.

 

*귀한 책을 공급해 주신 어르신께 감사 드립니다.

 

"서양철학사"

Anthony Kenny 지음, 동문선, 2003

2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