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라디오 세번재.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가 너무너무 좋은 나는, 색채..의 신간이 나오기 전부터 설레발을 치다 얇디얇고 사악한 가격을 가진 이 책을 망설임없이 담는다.

 

두번째 라디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만큼이나 신선한 제목 덕분에.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니.. 허허 하루키씨도 참.

 

전편을 너무 재밌게만 읽어서 일까, 전체적으로 유머가 조금 빠지고 힘이 약간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양배추를 얇게 썰어 큰 보울에 넣은 채 우걱거리는 하루키의 모습에서나,

 

본인을 우롱차를 만드는 맥주회사쯤이라고 칭하는 겸손함에서 여전한 친근함과 애정을 느낀다.

 

(사랑해요 하루키)

 

본업이 소설가인 하루키에게 나는 왜 유쾌한 에세이만 기다리고 바라는지 모르겠다.

 

에세이란 자고로 적당한 청승이 들어가줘야 하는데 그처럼 촌스럽지 않고, 청승맞지 않기란 참으로 힘들다.

 

이 얼마나 깔끔함, 단정함, 센스를 고루 갖춘 보기 드문 작가인가.

 

그러고보면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는, 하루키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어떤 동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루키식 유머에 연발되는 피식거림을, 술술 편하게 읽다가 멈칫 거리게 하는 아름다운 문체를, 혼을 쏙 빼어놓는 삶의 원칙들을.

 

읽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쓰다보니 '하루키빠'답게 찬양만 줄줄이 늘어놨지만, 

 

어쨌든 나 개인적으론 울적할 때 아무챕터나 펼쳐보고 가볍게 웃고 기분전환하기엔 무라카미 라디오가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의 소설이 주는 무게감이 조금 힘겨운 사람들에게,

 

책 한권으로 전세계를 들었다놨다 하는 무라카미라는 한 인간에게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