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야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기 위해 어느 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최고 판매 실적을 올린 한 여성과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매우 평범해 보이는 동네 아줌마 같았다. 그러나 분명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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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어머니처럼 따르며 의지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우쭐대거나 잘난 체하지 않고 항상 겸손했다. 그런 훌륭한 인품은 잠깐의 대화로도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때 나는 운 좋게도 그녀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내게 자주 이런 말을 해주었죠.'1년에 단 사흘이라도 좋은 일이 있으면 그 해는 최고의 해'라고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인지 나는 '산다는 건 당연히 괴로운 일'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대신 단 사흘이라도 좋은 일이 있으면 비록 나머지 362일이 괴롭고 힘들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 사람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과분할 정도로 큰 행복이죠. 어머니에게 미안할 정도로 행복해요."

부모를 거역하고 부모와 싸운다는 것은 아이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죽음의 경계까지 내몰렸던 인간에게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행복이고, 하늘의 보살핌을 받는 더할 나위없는 기쁜이다. 결국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의 싹은, 지난날 내게는 큰 슬픔이었고 아이에게는 극심한 고통이었던 바로 그 '소아암'이었다. 힘들었던 일이 행복과 즐거움이 되었음을 절절히 느낀다.

행복과 불행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슬픔이 어느새 이세상 최고의 기쁨으로 변하고, 즐거움이 어느 날 갑자기 고통을 불러오는 방아쇠가 되는, 닮았지만 다른 관계다.

지금을 음미하려면 '스토리를 느끼는 힘'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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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느낀다는 것은 어떤 일을 시간의 흐름 속에 떠올렸다가 사라지게 하는 단순한 단편으로 파악함이 아니다. 그 일을 하나의 흐름을 가진 생명체로 생각하고, 그 생명이 지금에 이르게 된 배경이나 역사(스토리)에 상상력을 가미하는 것이다. 이는 사물을 '제대로보는'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을 깊이 음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내일 태어날 사람에게 전한다. 내 경험이나 생각, 느낌을 강연이나 세미나, 상담 자리를 빌려 전하는 일은 큰 보람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들려준 이야기를 가슴 한구석에 담아두고 있다면 나는 존재 가치가 있다.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때의 기분이 누군가의 가슴 한켠에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있다면 내 육체 따윈 언제든 사라져버려도 좋다. 추억은 영원히 살고 마음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그리스도는 제자 한 사람인 유다의 배신으로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성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 사건으로, 유다는 지금도 배신자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 후에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유다 대신에 열두 번째 제자를 선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다는 그의 역할을 다하고 사라졌다."

예수를 배반한 것은 유다에게 맡겨진 사명이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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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올곧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악역을 맡을 사람도 필요하다. 그래야 우주나 신이 알리고 싶어하는 '옳다'나 '선'의 가치가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즉, 역설적인 강조이다.

그림자가 없으면 빛이 얼마나 밝은지 알 수 없듯, 겨울이 없으면 봄의 온기를 이해할 수 없듯, 역설의 강조는 인간의 선행과 올바른 행동거지란 어떤 것인지를 깨우쳐준다.

인디언은 나이듦을 긍정하듯 죽음도 긍정한다. 죽음을 긍정함으로써 생을 빛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옳은'죽음의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괴로움에 큰 소리로 울지만, 주위 사람들은 새로운 생명을 크게 기뻐하며 웃는 얼굴로 맞이 합니다. 옳은 죽음의 방식이란,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충분히 만족해하며 죽어가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를 떠나보내는 안타까움에 큰 소리로 웁니다."

인간이 때때로 살아있음으로 형용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생체적 거역 본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살아있음'은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고 뿌리로부터 소외된 매우 고독한 상태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죽음은 죽은 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를 위해 존재한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하나같이 죽는다는 점에서 죽음은 우리에게 생명의 평등을 가르쳐준다. 생명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가르쳐준다. 생명의 허무함을 통해서 오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가면을 쓰지 않은 맨 얼굴의 나를 발견하고 싶다는 '자아 찾기'가 유행하고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나'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방금 막 태어난 아기뿐이다.

인간의 내면이란 벗겨도 계속 벗겨지는 양파껍질과 같다. 끊임없이 껍질을 벗기다 보면 마지막에는 진정한 자신이 나타날까? 그런일은 결코 없다. 오히려 벗겨진 껍질 한 장마다 나라는 인간이 형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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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자 한다면 타인을 흉내 내어 연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렇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도중에 가면은 어느새 자신의 맨 얼굴이 된다. 연기하던 자신이 진정한 자아로 바뀐다.

칼린지브란의 시에 빗대어 다음과 같은 말을 어느 결혼식에서 들려준 적이 있다.

"당신의 아내와 남편은 당신의 일부가 아닙니다. 사랑받고 살아온, 한 가정에서 소중히 자란 아들이요, 딸입니다. 앞으로 당신과 함께 생활하지만 결코 당신의 생각과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사랑을 줄 수는 있어도 당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상대에게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망정 나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상대방에게 화를 내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욕구를 상대방에게 끝없이 바라면 애정은 곧 증오로 변할 것입니다. 사랑이란 어디까지나 자신과 다른 상대를 알려고 할 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