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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이원희 님은 프롤로그에서 '무엇보다 스스로 영화를 더 사랑하게 되어 이 책의 의미가 남다르다'라고 전한 바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영화라는 딱 그 매체 외에도 영화산업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어왔는데 왜 이제서야 여기에 눈을 돌렸는지 의아할 정도로, 포스터 디자인이라는 영역은 이 책에서 강한 매력을 드러냈다.

내가 처음으로 영화 포스터에 빠진 건, 지난여름 <꿈의 제인>이었다. 이 책에서는 빛나는 박시영님, 그리고 스테디 안대호님, 다이버스 박현규님을 함께 인터뷰했다. 협업하면서도 개인의 영역을 지켜주는, 바람직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이분들은 꽤 이름난 디자이너면서도 시장 규모를 넓히고,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고, 다양성을 진심으로 탐구하려는 모습이 보였다는 점이다.

- <마일스> 포스터

디자인 산업은 다양해야 한다. 어쩌면 아주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당연함이 당연하게 안 지켜지고 있음을 여러 디자이너들이 지적해주었다. 그리고 그 뒤에 '합당한 처우'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히 따라붙었다. 특히 김내은님의 말에 굉장히 공감이 갔다. 나는 아직 현장에서 뛰어봤다기엔 경험도 나이도 부족하지만, 잠깐잠깐 몸담았거나 눈 돌린 곳에서는 늘 작업에 대한 충분한 처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영역이라며 나를 만류했다. 가장 창의적이고 전위적이어야 할 예술 분야에서, 가장 흔히 대두되는 문제라는 게 너무 슬펐다.

- 100 Films, 100 Posters에 출품됐던 작품들.

왼쪽의 <아수라> 포스터가 굉장히 인상 깊다.

상업시장과는 별개이지만 센스 넘치고 다양한 포스터를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소개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리는 100 Films, 100 Posters다. 책을 읽으면서 이 행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됐는데, 굉장히 인상 깊어서 이번 5월에 한 번 방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장에 3000원이라니 잔뜩 사 버릴 것 같지만... 흠흠. 영화 시장에서보다 더 거친 느낌의, 더 새로운 향기의 포스터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기대된다XD

- 조던 볼턴의 <싱글맨> 작업

이 책은 국내 디자이너 말고도 일본, 영국의 디자이너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특히 조던 볼턴의 작업 중 <싱글 맨>의 조지 교수님 방을 재현해 놓은 포스터는 덕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싱글 맨> 외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HER>등 매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을 갖고 작업한 걸 볼 수 있어서 누구나 빠져들 만하다고 생각한다.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편집 디자인이 무척 맘에 들었다. 지콜론북의 책은 대개 넉넉한 지면과 함께 읽기 좋은 편집을 제공하는 것 같다. 영화 포스터도 넉넉한 지면에 따로 배치해두고 있어 보는 맛을 더한다. 늘 좋은 책 펴내주시는 지콜론북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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