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목차와 다루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에나마 익숙한 '사기'들이 나온다. 광고, 주식, 다단계, 대부업, 신용등급이 그것이다. 이건 국가가 직접 사기를 친 것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인이 다른 개인을 등처먹을 수 있게 조장한 것들이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뒤에 나오는 2,3,4장에서는 더욱 국가주도적인 사기를 다루기 때문에 그 역시 만만치 않게 충격적이지만,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당장 내가 마주할 세계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기 행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낯선 주제들을 다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들은 원래 그런 것인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그런 것'을 구성한 이들은 원래 있지는 않았다. 

이념이니, 클랜이니 하는 것들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으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국가적인 스케일. 그렇게 만들어진 클랜들은 나라의 운명을 바꾼다.

국민의 '혈세'로 어떤 삽질을 했고, 지금도 어떻게 아래로 아래로 파들어가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자원외교, 4대강 사업, 아파트 분양제, 버스 준공영제, 관트리피케이션을 큰 주제로 잡고 있다. 또한 그렇게 삽질해서 땅에 파묻은 돈으로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었는지 지적하고 있는데, 정말 참담한 심정으로 읽었다.

'인사'와 '감사'를 재치있게 표현해냈다. 앞에서 다룬 모든 사기 행각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것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분들이 사기꾼들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인사와 감사 비리 문제를 고치는 것과 함께 제안된 것은 '국민투표 부의권'이다. 신정부 초기에 고리원전기 5,6호기 문제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훌륭하게 합의해낸 바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국민투표는 대통령만이 쓸 수 있는 카드일 뿐만 아니라 쉽게 행해지지도 않는다. 나는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도 권한도 없으니, 당연히 고민도 하지 않는다. 생각이 있는 사람들도 그걸 표현할 데가 없으니 갑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성숙해지려면, 시민 간의 논의와 교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문에서 저자가 말했듯, 지금이 과도기이고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말에 깊이 동감한다. 지금 바뀌지 못하면 아마 오랫동안 현상이 유지될 테고, 결국 아래쪽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나(사실은 지금도 무너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배경-문제점-해결방안의 순서로 각 내용들이 다뤄졌지만, 앞으로 어떤 문제가 얼마나 해결될 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이 책에 나온 문제들 중에는 제도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개선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군사정권 이후로 그대로 굳어져 어느 누구도 바꿀 시도조차 않았던, 여러 주체들의 잘못이 섞여 하나하나 풀어나가야만 하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도 있었다. 저자가 생각하는 각각의 해결방안을 적어두기는 했지만 솔직히 회의적인 마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계속 지켜보고,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다보면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건 원래 그래." 라는 함정 안에서, 다 보이지만 눈감고 다같이 빠지는 그 함정에서, 이제는 빠져나올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