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투운동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간과했던 많은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아마 미투운동의 계기가 된 직접적인 행위들은 성추행 성폭력이지만 그 근원은 권위적인 상하관계 특히 남성들의 왜곡된 성관념이 있겠죠. 그리고 대부분 몇 개월 몇 년 동안 말하지 못하고 참고 살다가 미투운동을 계기로 터져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진작 이 책이 출간되어서 이들 여성들이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그렇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 책의 한국판 제목은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하는 기술’이지만 원제는 ‘The Power of Positive Confrontation’로 직역하면 ‘적극적인 대응의 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저자는 다양한 조사와 설문 등으로 추려낸 짜증유발자들을 12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어요. 일반인들이 그들에게 맞서지 못하고 참거나 회피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그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취해야 하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대화법과 그에 맞는 다양한 보디랭귀지와 같은 비언어적 행동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보통 이들 짜증유발자들은 미투운동의 가해자들처럼 직장상사이거나 영화감독이거나 연극연출가 등 피해자들에게 권력과 권위 등을 배경으로 ‘위협하는 자’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이들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대응하며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기술서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짜증유발자들과의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화법의 핵심은 한마디로 WAC라고 볼 수 있겠어요. 이는 먼저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고 괴롭히는 문제가 무엇(WHAT)인지를 정의하고,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요청(ASK)할 것인지를 말한 후, 상대방의 반응이 무엇인지 체크(CHECK IN)하는 대화법이에요. 그러나 이러한 대화법을 구사함에 있어 전제가 되는 것은 내가 그들과 같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해요. 즉 갈등이란 나와 상대라는 쌍방의 문제이므로 상대방이 무례하고 짜증나게 하더라도, 그들에게 예의 바른 언어와 행동을 취하여야 한다고 강조해요. 저자는 의심을 품는 독자들에게 정중하면서도 강력하게 얘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갈등 해결 방법임을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있어요.

 

살다보니 무시당할 때가 많아요. 그냥 좋게 잘 지내려고 해도 은근히 사람 속을 긁거나 무시하는 태도가 눈에 보일 때가 있어요.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을 하기도 하고 화를 내고 관계를 끊는 일을 단행하기도 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상처를 받았음에도 웃어넘기거나 그냥 무작정 화만 내거나 아예 말없이 관계를 끊는 것과 같이 그간 제가 취했던 방법들이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이네요.

 

결국 그렇게 웃어넘기는 사람이 짜증유발자인 상대방에게는 쉬운 먹이감처럼 여겨져서 결국 함부로 여길 수도 있겠어요. 저자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인간관계가 아주 많이 달라질 수 있고,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마저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해요. 래리킹이 최고의 자기계발서이자 갈등 해결서라고 강력하게 추천했듯이, 우리에게 닥칠 수많은 경우에, 큰 도움을 줄 유용한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