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지고 구석진 삶의 한 자락을 유쾌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 완득이는 난쟁이 아버지를 둔, 그래서 마음 한 켠 상처를 안고 사는 고딩이다. 완득이가 ’똥주’라고 부르는 담탱이(완득의 담임선생님)은 말이 거칠어 선생같지 않지만 누구보다 완득이를 잘 알고 은근슬쩍 완득이를 챙기는 사람이다. 또 외국인 체류자를 위해 일하는, 말씨와 행동거지가 영 딴판인 사람이다. 

  이 어머니는 베트남 사람으로,  낯선 땅에 시집와 어린 완득이를 두고 집을 나갔다가 ’똥주’의 도움으로 완득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 완득의 삼촌으로 나오는 ’남민구’는 겉은 멀쩡하고 잘났지만 지능이 떨어지고 말을 더듬는,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상대방이 늘 ’난닝구?’라고 알아들을 수 밖에 없는, 유머러스하지만 역시 핸드캡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완득이가 주인공으로 완득이 일인칭시점에서 쓰여졌으나 ’똥주’역시 비중있는 주인공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닮은꼴이다. 완득이가 아버지에 대해 남들앞에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똥주 역시 어쩌면 부끄러운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이다. 똥주의 아버지는 외국인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는 악덕고용주였고 그런 아버지를 고발한 사람은 그의 아들이니, 완득이가 아버지와 거리가 있는 만큼 그 역시 그럴터였다.

  완득이, 완득이 아버지, 베트남 사람인 완득이 어머니, 똥주, 삼촌 남민구, 이들은 모두 그늘지고 어두운 삶의 구석에 있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갈등하며 때로는 반목하며 서로의 존재에 영향을 끼치고 자라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삶을 어둡게 살지만은 않는다. 작가의 문체에서 볼 수 있듯 유쾌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삶의 짐들을 처리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어 보인다. 

  아버지의 춤이 싫었던 완득이, 운동하는 완득이가 싫었던 아버지도 각자 서로의 ’몸’을 인정해주기로 한다. 베트남 어머니는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셨다. 어쩐지 완득이의 삶이 전보다는 훨씬 풍요로워진다.  친구는 하나없고 오직 자신 속으로만 숨어 들었던 완득이는 똥주의 도움으로 차차 자신의 존재를 찾아간다.

	하---. 이 동네 집들 진짜 따다따닥 붙어 있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숨어있기에 딱 좋은 동네였다. 왜 숨어야 하는지 잘모르겠고, 사실은 너무 오래 숨어 있어서 두렵기 시작했는데, 그저 숨는 것밖에 몰라 계속 숨어 있었다. 그런 나를 똥주가 찾아냈다. 어떤 때는 아직 숨지도 못했는데 "거기, 도완득!"하고 외쳤다. 술래에 재미를 붙였는지 오밤중에도 찾아댔다. 그래도 똥주가 순진하기는 하다...... 나를 찾았으면 자기가 숨을 차례인데, 내가 또 숨어도 꼬박꼬박 찾아줬다. 좋다. 숨었다 걸렸으니 이제는 내가 술래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찾을 생각은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찾다 힘들면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움쉬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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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이제 똥주가 숨으면 자기가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자기 자신 속으로 숨어들어갔던 완득이가 비로소 세상을 향해 눈을 돌리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간다.

	흘려보낸 내 하루들, 대단한 거 하나도 없는 내 인생, 그렇게 대충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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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 다른 삶 속에 각자 다른 삶의 성장스토리들, 나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갈 것인가. 인생 목걸이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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