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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지만 문장이 비교적 쉬워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판타지적 요소가 있지만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듯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출세와 성공,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목적에 사로잡혔을 때 삶은 얼마나 삭막해지는가 생각하게 된다. 시간을 아끼라는 말은 훌륭한 격언으로 느껴지지만 그것에 사로잡힐 때 삶의 여유와 즐거움, 기쁨,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남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는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1부에서는 모모와 친구들을 소개해 주는데 미하일 엔데의 글솜씨에 이끌려 어느덧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특히 모모의 몽상가 친구 기롤라모(기기)가 원형극장에 대해 사람들에게 엉터리로 지어낸 역사이야기를 해 주는 부분이라든지, 모모에게만 들려줄 요량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원형극장터에서 모모와 아이들이 상상놀이를 즐기는 것등은 그 이야기만으로도 굉장히 재미가 있어, 소설책 속에 들어 있는 또 다른 동화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듯 커다란 도시의 변두리 마을은 원형극장터를 중심으로 행복하고 여유가 넘치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2부에서는 회색신사의 존재에 대해 알려준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접근해 ’시간을 저축’하라는 교묘한 술책으로 그들의 시간을 빼앗는다. 이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서 먹고 사는 존재들이다. 회색신사들의 꾐에 넘어간 사람들은 시간을 절약하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에서는 일하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이 사라져 버린다. 회색신사들은 출중한 영업력으로 모모의 친구들을 시간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그들이 열심히 일해서 남는 시간을 ’저축’이라는 명목으로 도둑질해가는 것이다. 그런데 모모가 그들의 일에 방해가 되자 모모를 회유하려고 하다가 도리어 자신의 정체를 폭로하고 만다. 모모는 귀를 기울여 듣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실을 말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모모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지고 회색신사들은 모모를 찾아나선다. 그런데 회색신사들이 원형극장터에 도착하기 전, 모모는 갑자기 나타난 거북 카시오페이아를 따라 시간의 근원지에 가게 된다. 그 곳에서는 시간을 나누어주는 ’호라’박사가 있었다. 호라박사는 모모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거북을 보내어 모모를 피신시킨 것이다. 이리하여 이 ’시간의 싸움’은 호라박사와 회색신사들과의 싸움으로 집약된다.

3부에서는 회색신사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모모를 고립시킨다. 그들은 모모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고자 한다. 가식과 협박, 회유가 통하지 않는 모모에게 진실한 가슴을 보여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모모에게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제안이 결국은 사람들의 시간을 몽땅 빼앗아 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것임을 간파한 모모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카시오페이아와 함께 다시 호라박사에게 돌아간 모모는 회색신사들의 추적을 당하고 호라 박사는 일생일대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리하여 시간을 정지시키는 모험을 감수하고 시간의 꽃(한시간 분량)을 모모에게 건네준 호라박사. 모모는 한 시간안에 회색신사들을 뒤쫓아가 그들을 물리치고 그들이 훔친 시간을 다시 사람들 가슴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때로는 즐거운 미소로, 때로는 환상적인 동화로, 때로는 숨막히는 긴장감 속으로 독자를 쥐락펴락하면서 시간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은 귀한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시간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는 우리가 마음껏 상상하고, 자연을 즐기고,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웃의 마음을 헤아릴 시간이 충분히 들어 있다. 또 일을 즐기면서 할 충분한 여유도 포함되어 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면서 자신과 이웃을 잃는다면 이보다 더 큰 손실은 없을 것이다. 회색신사들은 비단 이 책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리라.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피어나는 들꽃과 계절의 변화에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에만 온통 집착해 있는 사이 그들은 이미 내 가슴 속에 있는 시간의 꽃을 훔쳐 하나의 존재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시간 아깝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시기적절하게 나를 찾아온 책이다. 목표를 세우지 말아야하는 것은 아니리라. 무계획적으로 아무렇게나 살아야한다는 뜻이 아니리라. 매 순간 목표나 계획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어떠한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모모, 미하일엔데, 비룡소, 한미희, MOMO, mo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