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사박물관의 전 시리즈가 구체적인 역사상을 그려볼 수 있게 편집 기획되어 좋은 책이다. 이번에 읽게 된 신라생활관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유익한 책이었다.

신라생활관의 구성은 먼저 신라를 특징짓는 단어로 시작한다. 토우의 나라, 황금의 나라, 불교의 나라, 바다의 나라, 고분의 나라가 그것이다. 내가 덧붙인다면 ‘놋그릇의 나라’ ‘골품의 나라’ 정도. 황금, 불교, 고분... 이 신라의 특징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제1장 신라인의 조건에서는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경주 남산 등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지구로 선정할 만큼 천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불교 왕국을 건설한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아테네 시민들이 아크로폴리스를 가장 높은 곳에 신전으로 지어놓고, 낮은 곳에는 네크로폴리스라고 하여 묘지를 두었듯이, 신라인 역시 남산의 불국토와 평지의 거대 고분군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공간 속에 조성하여 삶을 이어가는 부분으로부터 출발한다. 삼한일통을 이룬 화랑, 지식인들의 문자생활로서의 이두, 한문학을 중심으로 한 유학 공부, 골품제의 한계속에 도당유학생으로서 국제인이 되기까지 지식인의 삶을 다룬다. 신라도 또한 골품의 나라다. 골품의 한계 속에 멸망해 간 나라이기도 하다.

제2장 국제도시 서라벌을 통해 신ㄹ인의 삶과 생활을 본격적으로 조망한다. 왕경 신라이 모습을 복원해 놓고 이곳에서의 시장, 측량의 도량형, 안압지와 임해전을 중심으로 한 연회와 귀족의 놀이, 고분 발굴을 통한 의상과 장신구 등을 다룬다.

제3장전통과 저력의 향촌사회에서는 쇼소인에서 발굴된 신라 민정문서를 통해 당시 삶의 모습을 복원해내고 신라인이 남긴 토우를 통해 그 생활 모습에 다가간다. 아울러 길쌈대회에서 유래한 한가위의 기원이 된 신라 여성의 삶을 돌아본다. 특히 신라는 여왕의 나라이지 않은가?

넷째, 불국토에 지다에서는 신라의 탑, 범종, 불상과 고분을 통해 신라인의 삶과 죽음이 어디에서 만나고 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한편 부록 특강을 통해 불국사와 석굴암의 내부구조를 과학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으며, 청해진에서의 장보고의 활약상도 영화처럼 펼쳐져 있다, 세계의 불교를 한 눈에 비교해 놓은 배려도 훌륭하고 경주지역이 사적지구로 선정된 결과 경주민의 삶의 고충 문제에까지 우리의 시야를 돌려주고 있다.

신라생활관은 많은 이미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에 있어서 전문서적 못지않게 신라인의 삶의 구체상을 그릴 수 있게 해 주어 매우 훌륭한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