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한 지 13년 된 서울 봉천동의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 교장은 교사 출신이 아닌 정신과 전문의가 맡고 있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의 정신의학과장인 김현수(49)씨다. 봉천동은 그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낸 곳이다. 개교 첫해 학생은 달랑 넷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명 넘게 공부하고 있다.

김현수 교장은 공중보건의 시절 소년교도소에서 근무했다. "그곳 청소년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었어요." 지적장애나 주의력결핍장애(ADHD) 같은 정신 질환이 있거나, 부모로부터 학대받거나 버림받은 아이가 대부분이었다.

"물건을 훔치고 성폭력에도 가담한 적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할머니와 둘이 살았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무도 이게 나쁜 짓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경찰서에 가서 알았다'고요. 그는 "진심으로 돕는 어른 한둘만 있었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97년부터 10년 넘게 서울과 수원의 보호관찰소에 매주 한두 번 찾아갔다. 학교를 세우기로 한 건 이때다. 소년교도소나 보호관찰소를 나온 청소년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범죄의 길로 빠져들었다. 이들을 돕는 단체가 몇몇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아는 의사가 보호관찰소 출신 학생을 20명 모아 검정고시 준비를 돕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술 마시고 싸우고 성(性)적 문제도 일으키곤 했죠. 공부뿐 아니라 치유와 복지 차원에서도 도움 주는 학교를 세우고 싶었어요."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봉천동 병원 건물에 30평짜리 한 층을 더 빌렸다. 성공회 신부님을 통해 소개받은 실내장식가에게 맡겨 내부를 꾸몄다. 학생들에게 월 5만원씩 받았는데, 당연히 부족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가 쏟아부었고 병원에서 번 돈도 대부분 학교에 들어갔다. 학교로 쓰려고 대출받아 단독주택을 샀는데, 주민 반발에 쫓겨난 적도 있다. "님비(NIMBY)죠. 좀 무리해서 샀는데…. 그때 손실이 컸어요." '별'은 지금 경쟁률이 3대1의 인기 있는 대안학교다. 경기지역 학생들도 온다. 학생이 자꾸 늘자, 그는 2011년 아예 병원을 닫고 학교로 쓰고 있다. 이후 명지병원 의사로 들어갔다.

지난달엔 상담 사례를 담은 책 '중2 병의 비밀'을 냈다. 그는 '중2 병'은 사실 '중2 부모 병'이라고 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변화를 현명하게 받아줄 부모가 적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자기 엄마한테 '생물학적 어머니'라고 말하는 아이도 봤어요. 가르치고 먹이고 재워 주지만, 자기 이야기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도 바쁜 아빠다. 명지병원 환자공감센터장이자 경기도 광역정신건강센터장이다. 작년에는 세월호 사고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학생 유가족과 안산 고교생들을 상담해 주는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도 맡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