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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5 12:12 | 수정 : 2015.05.25 12:21

정신분열증을 앓는 천재 수학자의 일생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86) 박사가 23일(현지시각) 교통사고로 숨졌다.

ABC뉴스 등 주요 외신은 24일 존 내시 박사와 부인 얼리샤 내시(82)가 전날 오후 4시 30분쯤 미국 뉴저지주 턴파이크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중 택시가 가드레일과 충돌하면서 둘 다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 경찰은 내시 부부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충돌 당시 택시에서 튕겨져 나간 것을 사망원인으로 보고 있다.

내시 박사는 이날 19일 노르웨이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을 수상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미국 뉴어크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이번 사고를 당했다.

내시 박사는 192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블루필드에서 태어났다. 카네기 멜론대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1950년 프린스턴대에서 게임이론에 대한 논문인 ‘비협조적 게임(Noncooperative Games)’ 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통해 “사람들은 경쟁자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일단 선택하면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가 된다”는 내용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내시 박사는 게임이론으로 1994년 존 허샤니, 라인하르트 젤텐과 함께 공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논문 제출 시기와 수상 시기가 무려 45년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가 그 사이 정신 분열증을 앓았기 때문이다. 당시 오랜 기간 정신분열 증세와 싸우면서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내시 박사가 노벨상보다 상금 약 13억원을 더 반가워했다는 일화도 있다. 게임이론은 경제사회 분야에 폭넓게 쓰이면서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내시 박사는 가장 짧은 대학원 추천서를 받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지도 교수가 프린스턴대 대학원 수학과에 내시를 위한 추천서를 보낼 때 ‘이 사람은 천재다(This man is a genius)’라는 한 문장만 썼다고 한다. 이 일화는 러셀 크로 주연의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이번에 그가 수상한 ‘아벨상’은 노르웨이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1802~1829)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상으로, 매년 노르웨이 국왕이 수여한다. 2003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이래 내시를 포함해 현재 1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은 “내시 부부는 프린스턴대 공동체의 특별한 일원이었다”며 “고인의 비범한 업적은 게임이론에 영향을 받은 여러 세대의 수학자와 경제학자에 큰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