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2010년 종주를 할 때만해도 지리산은 중년의 남성처럼 거칠고 무서운 산이었고, 그냥 올라야 할 곳이었다.

그러나 지리산 행복학교에 나온 지리산은 한없이 넉넉하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어머니 같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 지리산의 끝자락에는 버들치시인이 살고, 낙장불입 시인이 부인과 함께 살고, 최도사도 산다. 이 분들이 자연과 사는 더불어 사는 이야기에 마음이 동하고 편안해진다.

연세 50만원의 (월세가 아니다) 집을 자신의 뜻대로 정성을 다해 고치고, 도시의 각박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기꺼이 그 집을 내어주기도 한다. 연봉 200만원으로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아간다.

자연에서 바로 채집한 나물에 향기로운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즐긴다.

왠만한 일에는 “그냥 내비둬"라며 물 흐르듯이 살아간다.

돈을 많이 벌 필요도 없고 재물을 축적해 놓을 필요도 없다. 그러니 전전긍긍할 것도 없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다. 다만, 삶의 터전인 산이, 자연이 망가지는 일은 좌시할 수 없기에 그 일에는 최선을 다해 뛰어든다. 이 분들의 이야기가 공지영 작가 특유의 위트와 합쳐져서 정말 재미있게 읽혀진다.

그 분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면서, 읽는 내내 내 마음이 동하고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간다. 그냥 그 삶에 함께 있는 듯 한 기분을 느끼며 행복해진다.

책을 덥고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냉장고에는 음식이 그득하고 읽을 책이 널려있고,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질 좋은 오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 삶 역시 그리 나쁜 삶은 아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