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쉰 두 살의 아줌마가 어른이 되어 버린 자신의 딸에게 주는 글입니다.

세 번의 이혼을 겪고, 세 명의 성이 다른 아이를 가진, 만남과 이별을 수없이 반복한 중년의 여성.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소설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중년의 여성.

상처가 많지만 풍류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여성(적어도 제가 작가의 책을 보았을 때 느낀 느낌은 이런것이었습니다).

그 여성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탈피해가는 자신의 딸에게 자신의 인생 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 줍니다.

맛있고 간단한 요리와 함께 말입니다.

"딸아.. 인생이 뭐 별거 있겠니...."라며 말입니다.

호박전을 맛있게 부쳐놓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존감이 떨어져 허우적대는 딸에게 스테이크를 만들어주며 자신을 사랑하라고 속삭여 줍니다.

몸이 아픈날에는 녹두죽을 끓여주며 힘을 내라고 해 줍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몸을 잘 챙기라고 다독여 줍니다.

이 책은 이런 책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어머니와 딸이, 인생의 선배와 후배가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

따뜻하고 정겨우면서, 어느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할 만큼 위로를 해 주기도 합니다.

거기에 책 중간 중간 담긴 그림은 글의 맛을 더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매우 좋아했고, 많이 읽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한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작가의 인생관의 변화, 생각의 변화고 어렴풋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 <무소의 뿔처럼...>, <봉순이 언니>, <착한여자>, <고등어> 등을 읽을때는 상당히 날이 서 있고 씨니컬한 느낌이었다면 최근 <우행시>, <도가니> 등을 보면 날카로움에 통찰력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한 느낌은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집에 그대로 들어나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인 듯 싶습니다.

특히 음식을 곁들였다는건....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됩니다.

음식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고, 그 안에 내포된 심리적 의미는 상당합니다.

누군가는 음식을 '사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식사장애 환자들이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닐까요?).

책을 읽다가, 맛있는 와인 한잔과, 견과류 및 치즈를 예쁘게 플레이팅해서 곁들였습니다.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나머지 부분을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든, 내 삶이 꽤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