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서 나고 자란 나는 비교적 많은 식물과 나무들에 대한 모양과 이름, 생태를 알고 있는 편이다. 눈뜨면 산이요 들판인 고향에서 놀이동산이 따로 없었기에 늘 들판에서, 산에서 뛰어놀았었다. 신작로가에 억센 질경이는 밥상에 올라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 되었고, 닭의장풀의 파란 꽃잎은 손톱을 물들이는 메니큐어가, 토끼풀의 꽃은 팔지로 반지로 변신하였으며 미류나무 잎줄기는 줄기싸움의 무기가 되었다.  더 강하고 질긴 잎줄기를 찾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신작로길을 뒤지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별별 도감이 다 있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산천에 사는 온갖 풀들에 대한 도감이다. 
밭맬 때 질기게도 억세던, 그래서 어린 손을 아프게 만들던 풀들이 이 책에 모두 실려있는 걸 보면서 새삼 고향생각도 나고...
특히나 질기게 생명력이 강한 바랭이나 명아주, 아기땅빈대, 강아지풀 같은 풀들은 반갑기도 하고.. 
파릇하고 연할 때 소가 무척 좋아하는 풀도 있다. 번식력이 유난히 강한 바랭이 어린잎은 소들이 무척 맛있게 먹는 풀이다. 바랭이가 수북한 곳을 찾아다니며 쇠꼴을 비던 어린 내 모습이 보이는듯하다. 뒤를 따라다니며 놀자고 보채던 송아지들도..^^
흔하디 흔했던 풀중의 하나가 '쪽'이란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그 때 알았더라면 채취해 풀물이라도 들여보았을텐데.. 쇠꼴에 섞여들어와도 별 느낌없이 그냥 휙 던져주곤 했던 숱한 풀들이 이 책에 대부분 실려있는걸 보면서 새삼 추억이 떠오른다.

아! 어쩌다보니 서평이 아닌, 내 어린날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의 끄적거림이 된 느낌이다.
이 책 보면서 참 정성을 많이 들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땅에 사는 흔한 풀 100종이 실렸는데, 하나하나의 특징을 살려 그림으로 그린 정성이 돋보이고 풀의 특징, 정보들을 실어 보다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어릴 때 더덕을 참 많이 캤고 먹었었는데, 가래를 삮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는줄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더덕보단 못하지만 잔대도 먺었고, 특히나 어린 잔대잎을 많이 먹었었는데, 감기에 좋은 약효가 있다고 한다. 산천에 흔했던 더덕이며 잔대, 도라지, 각종 나물들... 요즘은 맛볼 수 없는 보약같은 풀들을 많이 먹고 자랐구나 싶다.

헌데... 내가 익히 알고있으니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것은, 세밀화로 정성들여 표현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그림은 그림이란 것이다. 더덕 뿌리의 모양은 잘 표현된 것 같지만, 더덕잎과 꽃의 느낌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으며, 잔대싹과 꽃 그림도 또한 그렇다. 내가 작은 도감에서 무척이나 아쉽게 느꼈었던 세심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는건 반가운데, 역시나 2%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2%부족감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많은 정보가 실려있고, 그림들도 특징을 살려 세밀하게 표현되었으며, 무엇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나서 산이나 들에 나가게 되면 예전엔 그저 지나쳤던 풀 하나하나에도 눈길이 머물고 반가울 것이다.

우리 땅에 자라는 풀에 대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