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렇게 예쁜 책도 있네' 라고 생각하며 읽은 책이다.
봄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텃밭을 가꾸며 곤충이나 식물에 대해 풍부한 지식과 애정을 갖고 있는 아빠와 함께 생활속에서 자연을 탐구해가는 과정을 아주 편안하고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나 개인적으론 박재철이란 작가의 글과 그림에 매료된 책이다. 
여름부터 시작해 가을, 겨울 , 봄으로 계절별로 나누어 실린 이 책에서 나는 여름을 주 텍스토로 삼아 강의준비를 하고 있다. 하긴 계절에 상관없이 넘나들게 되겠지만^^

봄이네 아빠가 가꾸는 텃밭의 풍경은 그야말로 멋지다.
원두막에서 큰대자로 누워있는 녀석이 그리 부러울 수 없다.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고 꽃을 피운 칙넝쿨과 주변에 흐드러진 들꽃들, 곤충들, 봄이네 텃밭위를 날고있는 나비들...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들에서 흔히 보던 꽃들을 한웅큼 병에 꽂으니 그야말로 멋진 꽃병이 되었다. 토끼풀, 개망초, 고들빼기, 엉겅퀴... 이런 꽃들이 아름다운 꽃다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 어떤 꽃들보다 아름답고 어여쁜 꽃들이란 사실과 함께.
밭매던 어린 나를 괴롭혔던 풀들도 실려있다. 피, 방동사니, 쇠비름, 미국가막사리, 바랭이 등...
이름도 모르면서 애써 뽑아 던졌던 풀들의 이름을 뒤늦게 배우고 있다. 주로 밭에서 많이 자라는 풀들이다. 
칡꽃을 만나는 반가움이라니! 
어릴 때 배고픔을 달래려고 칡뿌리를 캐먹던 시절도 있었다. 달착지근한 칡뿌리를 한 잎 가득 씹으며 즙을 짜먹던 시절... 배고프던 시절조차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꽃은 모두 꿀을 생산하지만 그땐 칡꽃에 모여들던 벌들이 꿀을 따러 왔으리라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칡꽃에 찾아오는 곤충들에선 특히 꽃등에가 눈에 띈다. 소등에 앉아 피를 빨던 녀석들. 배가 빵그랗게 비를 빨아댔으니 소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꼬리를 휘휘 내저어도 닿지않는 등허리에 앉아서 사정없이 흡혈하던 놈들.
징그러운 애벌레들도 실려있다. 봄이는 이런 벌레들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소녀지만, 나는 애벌레라면 지독히도 무서워한다. 매미를 잡으러 나무에 올라갔다가 송충이에 둘러쌓여 내려와 기겁한 이후로 어떤 애벌레도 나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들에서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벌레의 모습들이다. 책속에서 꾸물꾸물 기어나와 내 손등을 타고 오를것만 같아 얼른 책장을 넘긴다. 휴~ 정말 잘 그렸다. 실감나게.

이 책 한권만 꼼꼼하게 읽고 보아도 산이나 들에서 만나는 곤충이나 벌레, 풀들, 나무, 식물들에 대해 어느정도의 지식과 상식은 쌓을 수 있으리라.
봄이 아빠의 자상한 가르침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자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새록새록 솟아날 것만같다.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들도 충분히 실제와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작가가 드린 정성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휴~ 쇠꼴베고 돌아오면 바지 여기저기에 붙어있던 도꼬마리 떼어내던 기억이 새롭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