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땐 참 좋았는데 다 읽고서 서평을 쓰려 하니 '이 책의 정체가 뭐지...?'하고 잠시 고민하게 된다. 에세이라고 하면 난 보통 좀 가벼운 내용이나 신변잡기적인 것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렇기보다는 묵직한 진리가 담긴 경전... 까지는 아니더라도 철학서적의 느낌이다. 아니 이건 철학책이다. 삶이란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라는 깨달음, 심장 뛰는 느낌을 마구 주는 그런 책들을 20대에 뜻도 모르면서 몇 권 읽었던 거 같다. 그런 느낌의 책이다.
  책의 표현을 따라하자면 '잘난척 하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 이해했는지 아니면 머리가 이해를 잘 못 했는지 요약하기가 좀 어렵다. 그렇지않아도 요약에 소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아무튼 직관적으로, 좀 더 인간답게 나답게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요약 자체가 불가한 내용 아닐까?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 것을 너무 철썩같이 믿지 말고, 언어 사용에 있어서도 그렇고, 사랑이라고 믿거나 고통이라고 믿는 것, 정체하고 있다고 믿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고, 늘 철학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생생한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체험이 아닌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욕망이 아닌 사랑을 하며 살아갈 것... 스스로 '왜' (사는가)라는 물음에 철저히 답해보아야 하지만 그런 '왜'라는 것이 있다고 믿으며 무언가를 목적으로 삼고 살아가는 삶은 아니라는 것... 예전에는 그저 가슴 뛰며 공감하며 읽었을 내용들이었다. 본래의 자기로 사는 것은 정말 관심있는 주제이고, '힐링'이라는 말에 대한 내용이라든지 '현실적으로'라는 말에 대한 것이라든지. 규칙적인 생활, 좋은 습관이라는 것에 대한 시각도 신선하면서도 반가웠다. 그러나 앞선 그 '현실적인' 이라는 것이 흔하게 일컫는 것들의 울타리에 갇혀서 사는 것인지 그 안에서 보호받는 것인지 모를 나는 인지부조화 때문인지 그 때 잠깐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루지만 이해를 돕기 쉽게 사용된 시각적 자료들이 빛을 발한다. 귀여운 그림, 단순명료한 도형, 마지막의 십우도까지. 두고두고 다시 곱씹으며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