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이전!', '세 살까지!' 양육자도 힘든 당사자도 슬프게 하는, 심리적 특성과 힘, 정서와 관계의 건강성 등이 생애 초기에 결정된다는 초기 이론들을 반박하며 개인의 선택과 의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러 이론과 기법들이 널리 널리 퍼지며 인기를 얻은지도 옛날인데 40년 동안 인간의 발달과 건강, 그리고 사회적 영향을 연구해 온 발달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대니얼 키팅께서 말씀하신다. 5세 이전도 아니고, 3살도 아니고, '잉태된 순간부터 태어나서 첫 일년까지'라고. 아니 아기 태어난 이후 첫 일 년 동안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고 힘들어했는데 난 몰라~ 또 우리 엄마는 날 임신하고 낳은 직후 어떠셨던 거야?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힘겨워하고 또 풀기도 하며 살아가지만 여기에서는 조금 더 무겁게 '분투하며 살 운명'이라고 연구에서 분류된, 스트레스 조절장애를 겪는 이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중간 정도 읽은 『몸은 기억한다』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이해했다. 진짜 위험을 위험으로 감지하고 나머지엔 편안한 것이 아니라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착각해 늘 긴장하는. 그런데 그게 유전자 차원에서 일어나 유전까지 되는 것이다. 위협적인 상황에 작동하는 스트레스 시스템에게, 위협이 사라지면 그 작동을 멈추라고 지시하는 역할을 맡은 핵심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에 '메틸화(methylation, 담당 화합물에서 따온 명칭)'라고 하는 후성유전적 변화가 일어나 그 유전자의 작동이 멈춰버리고, 그 결과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멈추지 않고 분비되어 스트레스 조절장애가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후성유전: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 또는 개체들이 유전자의 발현을 달리함으로써 표현형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 혹시 나처럼 모르는 분이 계실까봐.)
 그러나 양육자들이 또 모두 우리 탓이냐며 들고 일어날 필요는 없다. 뭐 어느 정도까지가 생애 초기의 극심한 스트레스일지 정확히 단정하기 어렵고 양육이라는 것을 수량화하거나 벌충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것도 그렇지만(차갑지만 잘 보호하는 육아가 있고, 따뜻하지만 조심스럽지 않은 육아도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우리 양육자들이 경험하듯 아이가 뭘 해도 달래지지 않아 결국 그냥 울게 내버려두는 등의 간혹 일어나는 일이 그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 대신 다정하고 따뜻한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애정과 주의를 기울이는 행동이 가장 주된 스트레스 방어막 역할을 하는 뇌 화학물질-옥시토신,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데 기반이 되기 때문.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이 책은 임산부나 양육자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물론 그 시기에 스트레스를 줄여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개개인 차원에서 2-3세 아이들로부터 시작해 청소년, 성인까지 불안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도록 돕는 유용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개개인의 상황 이전에 사회적 불평등이 스트레스 조절의 취약함을 만들고 건강과 발달에 있어서도 부익부 빈익빈이며 미국사회(저자의 나라를 기준으로 많이 말하고 있다.)가 그런 것을 강화하기에 얼마나 좋은 상황인지에 대해 말한다. 사회적 불평등이 크니 예를 들면 일자리를 잃는 것과 같은 문제가 사회적 지위를 더 낮아지게 할 것을 예상하게 하고, 보장되지 않는 육아휴직이 그런 스트레스를 더 크게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소득의 격차가 아니라 대물림되는 부, 사회적 지위, 사회적 지지 등까지 포함하여 가난할수록 발달 건강이 나쁘더라는 것. 그렇지 않은 나라는 '경쟁의 문화'와 '보살핌의 문화'가 적절히 조화되었지만 사회적 불평등이 큰 나라는 '각자도생'의 경제철학으로 기울더라는 것. 사회적 지위의 고저를 떠나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려는 모두의 노력이 결국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라는 거시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다. 같은 선진국들에 비해 미국의 열악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견주어보면 더 한숨이 나온다. 든든한 가족이라는 지원군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남편의 육아휴직이 보장되기는 커녕 부서배치조차 배려받지 못해 업무가 최고조인 상황에서 새내기 부모가 첫 육아를 어떻게 하게 되는지를 경험한 나는 정말 공감이 가고 씁쓸했다. 많이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이미 낳은 아이들도 건강히 안전하게 키워내야 하는 사회.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