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런 주제는 뗄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 늘 분투하는 주제다. 짧지 않은 시간 자기분석을 받고, 상담공부와 일을 해왔으면서 스스로의 자존감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며 회의를 느낀다는 건, 강사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강의 공포증을 지니고 있고, 맛있는 요리를 파는 셰프의 가족들은 정작 그가 한 요리를 맛없어 하여 인스턴트를 사 먹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역시나 자석처럼 클릭한 자존감 관련 어떤 기사에 누가 이제 자존감은 학계에서 때 지난 키워드고 자기수용이 뜨고 있다는 댓글을 단 것을 보고 아... 자존감을 미처 탄탄히 하기도 전에 학계 소식을 댓글로 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의 질, 주관적 행복감을 놓고 볼 때 결국은 자존감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존감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심리학 서적을 읽어들이기 시작한 초창기 때에 선안남 선생님의 책을 읽었었다. 알기 쉽고 친절한 글이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자존감이란 무엇인지, 낮은 자존감의 이유는 무엇(트라우마, 역기능적 사고, 자책감, 거절과 거부, 통제 불능, 관계 중독, 자기 은폐)이며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의심, 외모에 대한 불만, 자기주장을 하지 못함, 자신의 진가를 모름, 실패와 성공까지도 두려워 함, 자기가 없음, 사랑이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 그 자존감을 붙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친밀감, 경청, 자기애, 자기수용, 신뢰감, 가족, 변화).
 역시 자기수용과 자기용서 이야기가 나온다. '왜 그랬지?',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지?'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 '때로는 잘못될 수도 있고 어그러지기도 하지'라는 생각으로.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높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 아니라 '그때 그럴 만도 했어'하고 무조건 자기를 안아주기. '이 정도가 되었으면 자존감이 탄탄하고 높을 만도 하지'가 아니라,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지', '그래도 이렇게 애쓰고 있지', '이 정도면 됐지'하는 목소리로,
 참 곱고 적절한 어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느낌을 특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받는다. 다른 어떤 전문적인 이야기들은 잊더라도 작가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나도 기억해보려 옮겨 적으며 마무리한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하루 24시간, ... 일 년이면 365일,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를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시간을 대신 기억해주는 부모님이라고 해도,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합니다. 그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어디에서, 누굴 만나더라도 나 자신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와 잘 지내고 나와 친하게 지내세요.
 알면 사랑하게 되고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단지 아직 내 마음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내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과정에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사람이고 다시 올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을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주고 소중히 여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