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다 깜짝 놀랐다. 2000년에 출판되었다니...오래된 정원의 느낌은 항상 1980년대 어딘가에 머물러 있어서 최루탄 특유의 냄새의 강렬함과 지속성을 기억하면서도 그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당시에 답을 찾지 못했던 누군가에게 그 시대를 보게 하는 마술같은 이야기다. 지난하고 피할 길 없는 인생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곳. 그리고 그곳에 있던 두 사람 혹은 세 사람.

 

    언론의 자유 혹은 민주주의가 공격받았다며 거리에 10만명이 모였다고 하는 프랑스의 모습을 보며 왜 프랑스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눈으로 봤다. 그들이 사랑하는 문학과 글, 예술은 일반시민에게 멀리 떨어져있지 않고 그냥 일상이었다. 만평이 어떤 어조로 어떤 색채였는지 분석하는 언론을 보고, 일반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것은 그 직업군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테러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왜 다르지?

 

    황석영 작가의 이야기를 펼친 것은 이틀 전 뉴스 덕분이다. 초반부터 정신을 놓게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국정원, 군사이버사령부, 검찰, 경찰, 청와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황석영의 시대와 같이 한 사람들인데 이 시대에 그들은 무엇이고, 그들의 젊음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어떤 젊음들이었기에 직업적 윤리, 신앞에서의 정직같은 단어와 그렇게 멀게 행동할 수 있는지. 동시에 누군가는 아무리 말해도 방음벽같은 세상에 혹은 경쟁에서 뒤졌다는 종이상자 한박스에 담긴 인생으로 두 손 세상에 있을 그들. 그들도 분명 젊은 시대가 있었을텐데 현재 그래도 되는지 복잡해졌다.

 

    "나는 지금 다시 그녀가 갈뫼에 남긴 내 젊은날의 초상을 본다. 처음에는 나 혼자였던 화폭안에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윤희가 스스로를 그려넣은 얼굴이 뒷전에서 청춘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p.253-254)." "우리에게는 그 여름 한철이 두 사람의 모든 인생이었어요(p.227)."

 

    이야기는 아련하고 기억속에 자리잡은 서정성이 가득하다. 역사이면서 개인의 이야기며, 서사이면서 편지글 형식에 담은 운율이 살아있다. 윤희와 현우가 있다. 지금이라면 평범한 두 젊은이가 시대에 소극적이지 않아서 겪은 일들로 오랫동안 평범할 수 없게 된다. 지금도 묻고 싶은 말, 그들이 그토록 찾았던 오래된 정원을 지금 나이든 세대들은 찾았을까?

 

    이 이야기는 말재주꾼의 모습보다 1호 화선지(그게 있다면)에 곳곳에 이름모를 난을 치는 듯한 느낌이다. 그 세대를 보면서 누군가는 많이 아팠고, 누군가는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있었으며 누군가는 그대로 잘 지냈으리라 보인다. 그런데, 그들의 삶이 문학으로 다가왔을 때 작가가 200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꺼낸 이야기의 깊이가 느껴진다. 한 줄로 말할 수 없고 글을 마주하고 있어야 다가오는 그들의 삶의 무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