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추구한 세대의 초상이 될 것이다(p.318)."

    작가의 말을 읽으며 주인공 이름 뒤에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지금의 나이든 모습을 동시에 떠올렸다. 그들의 젊음이, 그들의 나이듦이, 그들의 이상이, 그들의 현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꿈을 꾸던 나이든 청년들의 모습으로 남아.

    황석영 선생님의 다른 책보다 오래된 정원은 자신의 경험과 그 시대(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이념갈등이 모두 끝나버린 것 같은 1980년대 후반)에 별 고민없이 지났을 혹은 그 시대를 모를 누군가에게 대한민국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간 누군가의 모습을 소개한다. 약력이 아니라 몇 문장 안에 그 사람의 감정까지 다 넣어서.

    "징역에서는 삼년에서 사년 넘어가는 기간이 첫번째 고비라고 장기수들은 말했다...(중략)...그러고 나서 간격은 점점 커지면서 감옥이 집이 되어버린다(p.143-144)." 감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곳과 이곳의 다른 환경에 갈리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그립고도 다른지도 이 책에 스민 느낌이다. 젊은 그들이 추구한 이상,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사랑이란 감정과 겹쳐서 아득히 멀어지는 모습. 천편일률적인 사랑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껍질만 남아버린 대륙에서 또다른 날이 밝았습니다(p.290)." 편지글 중에 이 문장이 남녀의 사랑, 이념 갈등의 종식, 과거와 현재의 멀어짐을 담고 있어 '오래된' 정원이 주는 느낌이 손에 잡힌다. 그 세대가 그토록 헤매던 오래된 정원, 누군가는 찾았을까? 혹은 다음 세대에게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