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어떤 작가의 어떤 책의 어떤 구문이 잊혀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가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처음 읽었을 때도 생각이 놀랍다는 생각, 그 생각을 거리낌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이었는데,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보여준 표제글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여섯 살 된 아들을 통해 경제 미발전국들에 대한 보호가 왜 필요한 지를 역설한 부분. 그 충격이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완화되었다고 해야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좀 정리되고 나름 생각의 둘레를 치고 그 생각을 재편집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최근에 출판된 글이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읽었던 내용들이 정리되는 듯 하면서도 다시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말하는 내용과 이에 대한 반론들에 대한 가능성이 머릿속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마치 혼자서 100분 토론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신자유주의를 부르짖을 때, 아무런 대안이 없었을 때 신선한 대안으로 찬사를 보내기에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박수받던 ’바람직한’ 정책들과 제도들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그 한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최적의’ 대안들이 어떻게 현실에 적용되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 이에 따른 또 다른 한계는 무엇인지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아서 그냥 남의 나라로 여기기 쉬운데, 작가의 논리전개방식이 명확해서 생각의 전개와 정리가 쉽게 이루어진다. 경제정책 혹은 경제학이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경제발전에 대한 6개의 신화에 대한 내용을 개설하고 이에 대한 반증 혹은 반례를 통해 이 주장이 진짜 ’신화’에 불과함을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어쩌면 동의할 수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신자유주의와 이에 대한 생각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조금 각도를 틀어서 보는 계기를 만들기에 이 책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