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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는 내 마음에 드는 순위로~^^(이럴 때는 진짜 주관적이 된다)

1. 김성근 감독님 - 20세기와 21세기 두 세기에 모두 통할 수 있는 지도자

이 분이 어느 팀에 있든지 상관없다. 야구경기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유쾌하지 않은 팬이라면 일단 호감도는 최저. 경기 결과는 나중에 12시가 지나 방송하는 스포츠 뉴스에서 보는 게 더 마음편하다. 그런데, 이 감독님의 경기를 한달간만 꾸준히 지켜보면, 뭔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1군에 등록되고 1.5군이라 1군에 함께 다니는 선수들 40여 명의 선수들이 구단과 연봉협상할 때 감독은 빠진다. 그러므로, 할 수 있을 때, 기록을 챙겨서 연봉협상에서 최대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겠다는 아버지 마음같은. 어쩌면, 놓치고 내일 경기를 준비하는 게 속편할 수 있는데도 끝까지 간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귀한 시간이므로. 최소한 운동장에서 뛰는 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에게는. 20세기는 내가 잘 되어야 했다. 우리 집을 위해서. 21세기는 내가 잘 되어야 한다. 우리 집이 아닌 같이 사는 우리들을 위해서.

1. 김인식 감독님 - 끈기, 끝나지 않는 선수의 커리어를 만들게 하는 지도자

이 분이 자리에 있다. 그러면, 일단 선수들을 둘러보게 된다. 어느 팀에서 분명히 존재감이 없는 선수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확률이 90%는 넘으므로. 보통 크게 다쳤거나 갑자기 병이 찾아왔거나, 나이가 들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 없는 선수들에게 갑작스러운 구단의 통보는 절망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가장의 위치라면 더더욱. 일반 기업처럼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2군 선수들의 연봉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두산이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에 확실하게 두산의 끈기를 정립했다. 이미 두산이란 팀은 뭔가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팀의 분위기는 있었지만, 2000년을 전후로 해서 확실히 팀 컬러가 자리잡힌 듯 싶다. 젊은 선수들을 봤을 때, 다른 구단보다 좀 더 예의바르게 보이고, 젊은 시절을 망가뜨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팀(물론, 여기에 반론할 수 있음을 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보자.). 그걸 만들었다. 프론트의 기치확립의 달성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보는 눈이 얼만데, 그게 말로만 될까? 앰프만 틀어놓았던 팀이 결국에 그 앰프를 뒤로 돌린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선수생활하면서 힘들 때, 한 번쯤은 생각날 법한 지도자. 그럴 듯 싶다.

2. 조범현 감독님 - 내 아들이 고3운동 선수라면, 반드시 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처음에 SK감독으로 계실 때, 포수 출신이라 괜찮을 것 같은 느낌만. SK가 신생팀이어서 젊은 선수들이 상당히 많을 때, 프런트의 월성과급 지급과 상관없이 이 지도자의 색채가 궁금했다. 선수 기용과 경기흐름속에서 카리스마가 강하지는 않은데, 선수들을 끄는 모습을 보면, 뭔가 있는데, 직접 함께 뛰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정서.

경기의 흐름이 급박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있다. 그리고, 타석에서 볼카운트 역시 투수와 타자 누구에게 유리한지 가늠할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3루 주자가 홈스틸한다. 이 때, 이 감독님 다시 봤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홈스틸은 함부로 했다가는 주간경기 망치기 쉽다. 그런데, 시도한다. 왜? 감독님 눈에 선수에게 자신감과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그 선수 나름대로 맞게 구성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야구오패>에서 좋은 말 끝에 프런트의 눈치를 보는...이런 말이 있는데,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감독도 연봉협상을 해야 하고, 전년대비 성과가 좋아도 우승하지 않은 7개 팀 감독은 여전히 심적으로 부담을 안고 있으므로. 나는 이걸 조화(화-化)라고 본다. 화합하는 야구가 아니라 전체 팀 중에서 선수 개인을 하나하나 눈여겨 보는 지혜로움. 그래서, 그 선수가 되게 하는 것. 야구처럼 20세에서 40세에 이르는 선수들이 자리 하나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일반 사무직과는 다른 문화이다. 그래서, 조직적으로 팀을 구성할 때, 보이지 않는 배려와 무언의 격려메시지를 보내야 하는데, 이걸 가장 잘하는 지도자가 아닌가 싶다. 기아에서도 마찬가지. 아픈선수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천천히 걷다가 그 선수가 뛸 수 있을 때, 전속력으로 질주해주는 것. 그게 감독님의 미덕이다.

2. 김경문 감독님 - 앞으로 더 잘 되길 기원하는 지도자

두산에서 처음으로 감독님 이름을 봤을 때, 어색했다. 골수 두산팬이면 잘 알겠지만, 낯선데 익숙한. 어쨌든, 처음엔 그랬는데,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를 하다 보면, 상대감독보다 경력이 짧아서 심판판정에 이의를 함부로 제기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리고, 일단은 경기를 속개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요즘엔 고졸입단이 대세이긴 해도 여전히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도 있다. 1,2군과 코칭스태프까지 100여명 되는 사람들과 1년을 함께 먹고 자고 생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팀의 목표와 분위기, 과정을 동시에 생각하고 행동한다. 사소한 오해라도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그게 힘든 것임에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2008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두산의 우승이 없어도 진짜 최상의 경기를 보여줬다는 데 이의가 없다.

어떤 팀의 경기를 보는데, 이겼네, 졌네, 라는 말보다 더 의미있는 말, "저 선수들, 오늘도 최선을 다해 매너있는 경기를 했구나." 경기에서 질 수 있다. 다른 팀에게. 그런데, 어떤 팀들은 경기를 하고 있는 자신들에게 진다. 그런데, 두산의 경기는 그런 게 없다(누가 보면, 두산팬인 줄 알겠네~^^).

2. 김시진 감독님 - 현대 코치시절부터 눈에 띈 지도자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를 떠올리면 김재박 감독님을 떠올린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경기보다 감독님들 입모양을 따라 읽다가 그저 웃을 수밖에 없던 몇 가지 상황들이 있다. 그 속에서 눈에 띈 건 투수교체 하로 올라왔던 김시진 코치였다. 그 때는. 김시진 감독님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넥센. 이 말 하나로. 처음엔 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목동주민들을 상대로 야구뿌리는 커녕 야구잎도 다 뽑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외적 여건이 좋지 않았는데도 그 몇 년을 버텨왔다는 것. 넥센에 팽배한 무기력감 위에 '할 수 있다'는 구호만으로 채울 수 없는 그 시간을 인내한 결과, 올해는 좀 괜찮지 않을까? FA와 해외파 선수의 귀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함께 견딘 시간의 서로에 대한 응시와 응원이 빛을 발할 때가.^^

장외 : 안타까운 감독님 - 선동열 감독님

솔직히, 이 감독님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시절에 화려했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선동열의 방어율이 학점이면 학사경고라는 우스갯소리는 고전이 되었고, 한국와 일본에서 이룬 일들은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삼성에서 있을 때도 그렇고, 현재 기아 상태도 그렇고, 보이지 않는 악재가 곳곳에 있는 듯. 물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생각하면 머리가 아픈 일 가득이다. 그런데, 만약, 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다면, 반전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훌륭한 선수가 훌륭한 감독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좋은 선수는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다. '선동열'이란 이름은 야구에서 훌륭함에 앞서 좋음을 기반으로 했다. 그래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