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1 8 4 ~ 2011 8 5

제목 : 26년

지은이  : 강풀

출판사 : 문화세계사

 

읽고 난 후

 

저번 주에 내일로 기차여행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나이때문에 마지막) 다녀왔다.

기차경로 중에 광주에 들렸다. 사실 광주는 태어나서 그 때 처음 가봤다.

전라남도의 광주, 광주 광역시.

큰 광주역과 즐비한 빌딩을 보면서 찜질방을 향했다. 찜질방 안에서 광주 볼거리와

먹거리를  찾았다.

그 중 광주 5.18기념 공원이 광주의 볼거리로 되어있었는데, 가지 않았다.

대신 담양의 죽녹원을 갔다. 그 때는 그냥 여행의 즐거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이 나이에 이런 생각을 갖고 그런 여행을 간 내가 참으로

부끄러웠다.

점수맞춰 온 대학에 전공이지만, 그래도 관광학을 전공한 사람이 단순히 즐거움만 찾는

여행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 외국에서는 아우슈비츠는 꼭 가봐야 되네 뭐네

하면서 추운날씨에 덜덜 떨면서 다 봤던 내가 정작 국내에서 그 얼마 걸리지도 않는 거리의

광주에 가서 안보고 오다니, 다크투어리즘 운운하면서 뭔가 피력했던 과거가 참으로 부끄럽다.

 

아래 링크는 작가가 이 만화를 기획하게 된 의도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보다

이 의도를 보면서 더 울컥했다.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1209

 

좌파와 우파, 전라도와 경상도, 과거와 현재를 떠나서

1980년 5월 18일에 광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과

우리 이웃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 누나, 동생들이 군인들의 총칼에 사라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작가가 이 책을 읽고 분노하고 화가나고 우리나라 정치와

사회에 환멸을 느낄 나 같은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절대 그 날을 잊지 말자"

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비난과 질타보다 무서워 하는 것이 "무관심"이란다.

반대로 정치인들, 특히 과거에 큰 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 또한 "무관심"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내어 주면 않된다.

 

예전에 먼나라 이웃나라였나, 어떤 나라편를 읽다가 인상깊은 구절을 발견했다.

아마도 독일이었던 것 같다. 독일의 수상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그리고 나치의 만행을 사과한다. 그러자 이스라엘 수상이 말한다.

"forgive, but don't forget"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용서를 받은 그들도 절대 잊지 말자고 하는데, 하물며 어떠한 용서도 반성도 없는

사람들을 잊어버린다면, 분명 과거의 사건은 미래에 똑같이 발생할 것이다.

 

착하게 살 것인가, 올바르게 살 것인가.

선택은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지만, 그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살아남아서 부끄러운 자, 죽어서 당당한 자.

 

그들만의 이야기였던 광주의 이야기를 만화를 만들어 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인터넷 세대인 우리 젊은이들에게 5.18을 새겨준

강풀 작가에게 감사한다.

 

덧붙여 대학 생활 4년이 끝나가는 요즘, 대학교 와서 광주 한 번 안가보고

젊음을 논하고 열정을 논하고 정의를 논하기 보다 일단 광주에 가서

5.18 공원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