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조선일보사 주최 일본속의 한민족사 탐방 연수에서 만난 그녀, 바로 유승희님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 시키는 이미지의 그녀는 깊은 눈매의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내게로 다가 왔고, 같이 밥을 먹고, 다니는 과정 속에서 몇 번의 눈맞춤이 있었지만 쉽게 다가서지는 못하다가 우리는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보며 돌아오는 크루즈 선상에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런 만남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하나 보다.

 많은 시간을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끈에 이끌리어 그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고, 돌아오는 몇 시간의 만남으로 친구가 되었다.

 군산(전주)과 청주라는 거리에 막혀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물으며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고 있다.

 동화책을 준비중이라는 말이 생각나 물어보았더니, 올 해 1월말에 "꽃이 피는 의자"가 발간되었다는 바람에 어찌나 기쁘던지.

 그렇게 꽃이 피는 의자는 저자인 유승희 언니의 자필 싸인으로 내곁에 날아 왔다.

 저자 친필 싸인을 내 이름으로 받은 것은 대학원 논문외에는 처음 받아 보기에 더 감흥이 크게 느껴지는가 보다.

 나는 인고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기에 아껴가며 천천히 책장을 넘겨가며 언니의 숨결과, 가치관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문학에의 열정,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느끼면서 읽었다.

 어쩌면 이 책속의 글들은 내가 교직 생활에서 만났던 아이들과 우리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작가와 교사를 병행하는 그녀의 삶의 흔적이며, 살며 사랑하고 배웠던 동심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이다. 

 나도 교사와 화가의 꿈을 꾸고 있는 동지로서 서로의 삶에 진정한 에너지를 주고 서로 격려하며 인연의 고리를 연결지어 갈 수 있는 동반자가 되고 싶다. 우리는 그런 동반자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얼마전에 주고 받은 메신저의 내용에 의하면 우리는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올 해 책 읽기의 목표가 100권 이라는 것과 책을 좋아한다는 것, 초등학교 교사이며, 예술도 사랑하고 방학이 되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독서휴가를 즐기고 싶은 것 까지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서 또 한 번 놀랐다.

 "꽃이 피는 의자"를 읽으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호기심이 가고 사랑스러웠지만, 깨봉산, 오봉산, 까치산, 상투산 등 산이름이 너무 친근하고 예뻐서 좋았고, 다른 작품도 다 좋았지만 마지막에 실린 언니의 처녀작이라고 하는 송이의 탈출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동화에는 매미가 되려고 7년 간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굼벵이 송이가 주인공인데, 바로 그 굼벵이는 저자인 언니 자신이고, 또 나도 될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가치관, 메시지가 많은 글이었다.

 요즘, 전문 서적을 읽다가 눈에 집히는 대로 또 다른 계기로 동화도 몇 편 읽었는데, 어른들이 읽어도 참 좋은 책이 동화인거 같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인 나에게는 동화가 또다른 의미로 읽혀지고, 퇴색되어가는 나의 유년기의 가물거리는 기억의 꼬투리를 열게해주고, 무엇보다 사랑스런 우리반 내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어서 참 좋다.

 나도 열심히 그림도 그려서 분야는 다르지만 다음에 언니가 책을 내실 때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더 없는 영광이겠다.

 주말이다. 오늘은 남편이 하루종일 특별 근무라서 힘이 좀 빠지기는 해도 하루 종일 책도 읽고 여유를 부려야 되겠다. 다음엔 무슨 책을 읽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