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읽은 책이다. 물론 <주니어 생각의 탄생>이 아니라 원본 <생각의 탄생>을 읽은 거지만

또 한번 리뷰를 쓰려고 하니 이미 등록되어 있다고...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하는수 없이 주니어 편에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ㅠㅠ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신선함,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갈 때 차가운 물 한잔을 마신 것 같은 시원함,

이런 느낌이 두 번째 읽을 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창의력을 학습하는 13가지 도구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 형성, 유추, 온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이 그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열 세가지 항목이 뚜렷이 구분되지는 않는다.

이런 활동은 형상화 과정인지 추상화 과정인지, 차원적 사고인지 헛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뚜렷이 구분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특히 아이들이 하는 활동들에는 여러가지 항목들이 복합되어 나타나지 않을까.

만약 집짓기 놀이를 한다면 머릿속에 있는 것을 '형상화'하는 작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 여러 요소 중 '통합'이라는 부분을 읽으며 약간의 열등감도 느꼈다.

수학을 연구한 시인, 기하학에 심취했던 곤충학자, 과학을 하던 미술가..

이들처럼 통합적인 사고를 하고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위대해 보이기도 하고,

한쪽 머리가 둔하게 태어난 나는 살짝 열등감까지 느껴졌다.

나는 글을 잘 쓰는 과학자들이 그렇게 멋져보일 수가 없었다.

계산적이고 논리적이기만 할것 같은 과학의 세계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마저 들었다.

마침 다음에 읽을 책으로 최재천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을 대기시켜놓고 있는데

이 분이 바로 그런 분이다.

어린 시절엔 작가를 꿈꿀 정도로 글쓰기에 관심과 재능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생물학자가 되었다.

그래서 동물들의 세계를 문학적으로 펼쳐놓고 있다.

이 야기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읽고 나서 마저 하기로 하고...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창의력을 위한 열 세가지 훈련을 시켜야 할까를 고민했다면,

다시 한번 읽고 나니 굳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어렸을 때 위에 열거한 많은 활동들을 해 왔다.

떼지어 기어다니는 개미군단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 보기도 했고,

동화 테잎을 들으며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무한 상상하기도 했다.

때로는 숫자들이 모두 색깔을 입고 다가오기도 했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건 '7'이라는 숫자다. 왠지 7 하면 보라색이 함께 떠올랐다.

엄마놀이를 하며 감정이입을 해 보기도 했고...

그런데 왜 지금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했나..ㅠㅠ

그 이유는 어린 시절의 이런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벽지는 도배를 한지가 오래 되어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다.

우리 딸을 그것을 들여다 보며 고래 모양을 찾기도 하고, 강아지 모양을 찾기도 한다.

숙제를 하라고 하면 연필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마냥 정신팔려 있기도 한다.

이럴 때 "빨리 숙제 안 하고 뭐해!"라고 고함만 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자발적인 창의력 훈련을 꺾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