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본 탓에 후속작인 이 작품도 적지않은 기대를 갖고 책장을 열었다.

역시나 전작 못지않게 재미있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맘잡고 주욱 내리 읽지 못하고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잠들기 전 잠깐씩 틈내서 읽느라 꽤나 애간장을 태운 책이기도 하다.

전에 접해본 작가의 책을 읽는 것에는 몇가지 장점이 있다.

그 중에 하나 넬레 노이하우스 작품에는 인물들이 어마어마하게 등장한다는 것,

또 그 인물들의 이름들은 더욱 어마어마하게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아예 처음부터 '내맘대로 인명사전'을 만들어가며 읽었다.

역시나 포스트잇으로 빽빽하게 두 장이 넘친다.

이 많고 어수선한 인물들을 책 한권 속에 어떻게 다 녹여낼까 내심 걱정도 했는데,

초반을 넘기고 보니 더이상 '내맘대로 인명사전'을 들추지 않아도 되었고, 그 인물들이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이 이야기는 얼핏 보기에는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업체와 환경단체의 단순한 대립으로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들이 얽히고 설켜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에게는 하나로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상처받은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고 복수와 배신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중반까지 읽으면서도 마르크라는 인물이 참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르크라는 인물이 이 소설에 꼭 필요한 인물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면서,

한편으로 이 뜬금없는 인물이 끈질기게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건의 열쇠를 쥐고있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해 보았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마르크가 윈드프로 사장인 타이센의 아들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뭔가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후 연구단체 사람들이나 풍력발전소를 건립하려는 업체, 그리고 환경 단체들.

모두들 그냥 보기에는 사회와 인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그것은 너무나 순진한 착각이었다.

그 속에는 추악한 뒷거래와  세상이 아닌 오직 자기의 이익만을 위한 이기심만이 도사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조작된 자료로 국민들을 속이는 권력단체와 그에 휩쓸려 속고 마는 대부분의 사람들.

이처럼 지금 우리 앞에 쏟아지는 연구 자료와 정보들 중에 거짓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은

얼마나 많을 것이며, 나또한 거기에 얼마나 많이 휩쓸려 다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