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편지 2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손변의 재판’ 이었다. 고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준 이 재판은 고려에 대한 나의 첫 번째 오해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그 오해란 ‘여성차별’이다.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고려 시대의 여성은 극심한 차별 속 에서 살았다고 오해해 왔다. 실상 고려 시대에는 재산 상속뿐만 아니라 제사를 모시는 데도 아들 딸 차별이 없었다. 그리고 자손들을 호적이나 족보에 기록할 때에도 아들 먼저, 딸을 나중에 기록하지 않고 아들딸 가림 없이 태어난 순서대로 기록했다. 같은 시기의 서양사를 보면 여성의 삶은 차별의 그늘로 얼룩진 고단한 삶이었는데, 고려에서의 여성의 삶이란 참으로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다.

 

고려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귀주 대첩’이다. 소배압이 지휘하는 거란의 10만 대군을 강물을 막아 물리친 전투를 여태 ‘귀주 대첩’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싸움은 ‘흥화진 전투’가 정식 명칭이다. ‘귀주 대첩’이란 강동 6주의 한곳인 귀주 동쪽 벌판에서 벌어진 전투다. ‘여성 차별’에 대한 오해는 그렇다 치더라도 ‘귀주 대첩’에 대한 오해는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정말 의문이다. 나의 잘못일까? 학교의 잘못일까?

 

‘삼별초’는 고려에 대한 마지막 오해다. 삼별초는 최우가 만든 ‘도적’잡는 특별 부대였다. 처음에는 이 특별 부대를 ‘야별초’라 했다. 야별초의 수가 늘어나자 부대를 둘로 나누어서 좌별초, 우별초라 했다. 또, 몽골에 잡혀갔다가 도망 온 사람들로 부대를 만들어 신의군이라 했다. 이 세 부대를 합쳐 삼별초라 한다. 야별초는 생활에 쫓기다 못해 봉기한 백성들을 잡는 부대였다. 게다가, 무신 정권의 우두머리들은 삼별초를 후하게 대해줬다. 나라를 위해 자주적으로 끝까지 몽골과 항쟁을 벌였다고 배운 ‘삼별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삼별초는 무신정권이 정권 유지와 사회 안녕을 위해 만들어 낸 잘 길들인 무력단체인 것이다. 순간, 1990년대의 대모 집안 부대인 ‘백골단’과 평택 쌍용자동차 시위자들을 기습한 ‘경찰특공대’가 오버랩 된다. (삼별초! 아...멘붕이다.)

 

몽골의 침입을 받은 무신 정권이 강화도로 옮겨 갈 때 삼별초 역시 강화로 옮겨가 무신 정권을 호위하는 일을 했다. 이쯤 되니 ‘삼별초’는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나폴레옹이 기르는 개와 동급이라 생각한다. 개경으로 수도를 옮긴 원종은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나오려 하지 않자 해산 명령을 내리고 그 명단을 압수했다. 그러자 삼별초는 반란을 일으켰다. 역사에 기록된 삼별초의 항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권력욕 유지를 위해 시작된 삼별초 항쟁은 그 시작이 불순했음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삼별초 항쟁의 전개와 결말에 대한 평가는 다소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당시 원나라(몽골)의 개입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고려 조정과 달리 삼별초는 몽골과 항쟁한 유일한 군대로 백성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삼별초가 잘했나, 잘못했나가 아니라 그 동안 한쪽에 치우쳐(긍정적인 부분에만) 있었던 삼별초에 대한 나의 오해를 종식시킬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이제야 오해를 풀 수 있었는지...이것 또한 내 잘못일까? 학교의 잘못일까? 여하튼 역사 공부를 시작한 것은 내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잘한 일이다. 앞으로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다보면 역사에 관한 오해들이 내 잘못인지, 학교의 잘못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잘못인지도 알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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