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실’이라 하고 거짓 없는 사실을 ‘진실’이라 한다.

우리는 흔히 팩트, 팩트 하며 자신의 말이 진실 됨을 증명하려한다. fact는 단지,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웬 사실과 진실이냐고? 사실과 진실의 정확한 이해와 구분이 없이는 제대로 된 역사 이야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은 진실 다시 말해 참이 아닌 것들이 많다. 꾸며낸 이야기, 자신의 입장대로 말한 이야기는 단지 사실일 뿐 진실이 아니며 우리의 역사는 사실로 얼룩진 부분이 많다.

 

이를 증명하는 책이 바로 역사 e다. ‘우의 역사’도 ‘좌의 역사’도 아닌 ‘어둠의 역사’ 다시 말해 역사 e에는 조명 받지 못하거나 왜곡된 역사적 진실들이 담겨 있다. 읽는 순간 머리가 띵해지며, 며칠 밤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읽기도 힘들지만 읽은 후가 더 힘들다. 무지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우선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살아낸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미안함과 연민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중학교 시절 ‘화냥년’이라는 욕을 썼던 입이 부끄럽다. ‘화냥년’의 어원인 ‘환향녀’는 청나라에 잡혀가 치욕을 당하고 고국에 돌아와 선 억울함에 몸서리 쳤던 여인들이건만 무지 가 불러 온 언동을 깊이 반성하고 싶다.

 

우리 동네에는 도축장이 있어서 도축 및 고기의 유통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아직 편견에 물들어 있다. 백정에 대한 편견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태다. 평범한 백성을 뜻하는 ‘백정’이 왜곡되기 시작 한 것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양반들의 이중성과 관련 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것처럼 먹는 이가 있기에 먹게 해주는 이도 있는 것인데, 그토록 좋아하는 고기를 먹게 해주는 ‘백정’들을 업신여기는 양반들의 이중성은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혼재한다.

 

역사e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본이다. 총21개의 챕터 중에서 일본 직접적으로 관련된 챕터가 11개다. 11개의 챕터는 임진왜란 그리고 구한말과 식민통치시대로 요약 할 수 있다. 전장을 떠돌던 광해군, 일본군 장군으로 조선에 귀화한 김충선, 나라를 위해 일어난 이름 없는 의병들, 200명의 군사로 2만 2천의 일본군을 상대한 정문부 이들 모두 임진왜란이라는 교집합의 원소들이다. 동학농민운동, 강화도 조약, 만국박람회 조선인 전시, 위안부, 의병(구한 말 일본에 맞선 의병들. 남한폭도대토벌 작전이라는 이름하에 무참히 살해당함)은 구한말과 식민통치시대의 슬픈 기억이다.

 

“과거를 모르면 과거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일본에게 당한 굴욕적인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는 또 다른 굴욕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있다. 과거를 거울삼지 않으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독도 망언 등이 굴욕의 역사의 2막을 여는 키가 될 수 있다.

 

몰랐기 때문에 ‘환향녀’가 ‘화냥년’이 되고, ‘평범한 백성’에게 ‘백정’이라 낙인찍고 편견을 갖게 됐다. 그리고 한국과 동아시아에 대한 모독과 재침략의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모르기 때문이다. 알아야 한다. 역사e가 건네는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얼룩진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것,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바로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에 있다. 알자! 그리고 역사 속 fact를 복기(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보기)해 진실을 가려내자.

역사, 진실, 사실, 일본,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