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마르크스 만큼 과거 200년동안 세계의 정치, 경제, 철학, 사상,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은 없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의 세대는 반공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마르크스를 입에 올리는 것은 매우 금기시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마르크스를 접해보고 싶다는 열망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 말라는 것은 꼭 해보고 싶은 심리도 있었을 것이리라... 그러한 오래된 열망에 따라 마르크스 평전을 접하게 되었다. 왜 직접적으로 마르크스의 저작을 고르지 않고 평전을 선택하였는가는 마르크스의 저작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내가 학교에서 잠깐 들은 풍월과 실제의 마르크스의 사상은 많은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마르크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프롤레타리아 독재이다. 여기서 독재라는 말은 매우 부정적이고 억압적이고 우리가 깨뜨리고 극복해야 할 단어이다. 이것에 함정이 존재한다. 마르크스가 얘기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지금까지의 우리의 선입견에 의한 그러한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공산주의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혁명적 과도체제로서 이 시기는 국가가 프롤레타리아 위에서 혁명적 독재자로 군림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치적 과도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독재는 지방분권적이며, 투명하고, 공명정대하게 작용하고, 언론의 검열도 없고, 관료주의도 없으며, 유일당도 없고 위계적인 임명도 없으며, 영원한 군대도 없고, 선출된 판사들과 더불어 순수하게 탄압적인 기관도 없는 국가를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이 국가는 소멸되어가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적들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마르크스는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마르크스에게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개인의 자유를 문제 삼지 않고, 국가의 탄압적인 기관들을 사라지게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에 레닌은 마르크스의 개념과는 다르게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독재로 이것을 왜곡하여 사용하게 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에서 계급없는 사회로의 이행에 대한 개념을 다음과 같이 4가지 단계로 이행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 단계는 부르주아로부터 그들의 권위를 단번에 박탈하는 혁명적이고 폭력적인 단계이다. 둘째 단계는 언급한 개혁들과 같은 급진적인 개혁을 진행하고 반혁명적인 활동을 피하기 위한 프롤레타리아 독재이다. 셋째 단계는 '각자의 노동에 따라 각자에게' 라는 원칙에 맞도록 생산을 재개하는 사회주의 단계다. 마지막으로 넷째 단계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각자에게 생산물을 동등하게 분배하고 집단들을 자유롭게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산주의 단계이다.

한편,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을 위한 혁명으로서 의회민주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폭력에 의한 혁명을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의회민주주의, 즉 선거를 통해서 혁명을 이루는 것이 보다 정당하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혁명이란 민주적인 상황에서는 불필요하며, 혁명은 노동자계급의 결정에 달려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레닌, 스탈린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폭력혁명과는 거리가 있다.

자크 아탈리가 마르크스의 문체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는데 매우 인상적이다. 마르크스의 문체는 경제학에 대해 얘기할 때면 대단히 애매모호하고, 정치나 시사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면 아주 명료하고, 철학 문제로 돌아오면 불꽃이 타오르듯 번쩍거렸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정리하면,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의 필요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자본주의가 없이는 궁핍이 만연할 것이며, 필요가 생기면 그 필요를 위해 투쟁을 할 것이고, 사람들은 예전의 곤궁 속으로 떨어질 것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역사의 행진이 부르주아적 생산방식을 종식하고, 이에 따라 부르주아의 정치적 지배도 종식할 필요성이 대두하는 물질적 요인이 성숙했을 때 부르주아에 대해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세계화와 자유 교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의 두번째 러시아판의 서문에서 "러시아 혁명이 서방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신호탄이 된다면, 그리고 두 혁명이 서로 보완한다면, 현재 러시아의 집단 소유는 공산주의 발전을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러시아에서는 마르크스의 이론에 따른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마르크스 이론의 가장 큰 맹점은 현실에서의 검증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번도 그러한 시대가 현실적으로 도래한 적이 없기 때문이며, 이것은 전적으로 사유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마르크스 이론이 제시하는 세계에 대한 전체적인 비전은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의 비전이며, 여러가지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결함은 마르크스의 모든 저서에 내재된 결함이다. 절대자유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독재주의적인 실행은 마르크스의 것이기도 했다. 이어지는 여러 층위의 단순화와 거짓말 아래 그를 매장한 친구로는 엥겔스와 카우츠키가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는 소련 공산당과 코민테른에 의지한 레닌과 스탈린이었다. 마르크스주의의 권력 장악을 촉발한 정치상황은 러시아와 프로이센에서 벌어진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두 나라 모두 헤겔과 마르크스,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와 국제주의적인 사회주의에서 탈선한 계승자들었다. 바로 거기에서 20세기의 끔찍한 타락 두 가지가 생겨난다. 나치즘과 스탈린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자크 아탈리는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인간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세대가 추방된 칼 마르크스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런던의 빈궁 속에서 죽은 자식을 놓고 슬퍼하면서 최선의 인류를 꿈꾸던 그를. 그러면 미래의 세대는 세계 정신에게로 되돌아가게 되고, 그의 주된 메세지를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인간은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 라는 메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