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해 내공이 깊은 분들의 이야기가 묶여 있는 책이다.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책을 선택했고, 최재천 교수가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 그의 일련의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이라 신선한 느낌이었다. 대학에 관해 직설적인 얘기를 쏟아내는 최재천 교수의 말은 정말 위기의 대학이라는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분들의 얘기도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려웠다. 책을 읽고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한다.)

...’글쓰기의 최소원칙’이라는 책의 제목은 일응 맞는 것 같으면서도 괴리감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경희대학교 출판국에서 펴낸 책이라 그런지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대학의 문제가 학생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가르치는 이들 역시 우리가 느끼는 대학문제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살고 있는 내가 책에서 주장하는 모든 부분에 대해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예를 들어,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에 대해 특히 내가 느끼는 것은 "알면 알수록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알면 사랑할 수 있는 사회인가? 오히려 알수록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사회가 아닐까? 이런 생각에서 대학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지론이다.

...도정일 교수의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글이 책의 제목에 가장 들어맞는 글이라 생각한다. 글쓰기, 특히 대학입학을 위한 논술에 대해 그는 현재의 논술시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도서관의 보급과 내실화 부분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문화도시, 문화강국 ~~’를 내세우는 표어를 볼 때마다 심한 차이를 느끼는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여건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경제규모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우리의 읽는 환경은 다가올 내일을 위해 많은 예산의 지원과 전국민적 공감을 통해 도서관 장서를 아끼는 마음을 기르는 소중한 장소로 키워가야 할 것이다.

...문학을 접하는 것보다 역사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와 사회문제, 교육에 관한 책을 읽고 있기에 책의 많은 부분에 대해 평소 생각하는 바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느낀다고 해서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이 책을 갑자기 읽겠는가? 오히려 가장 필요한 것은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정말 6개월은 취업을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책을 읽었으면 한다. 그 시간을 소설이라도 읽었으면, 소설을 어느 정도 읽었다면 역사서라도 읽었으면...읽어야 무엇을 쓸 수 있지 않겠는가?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사실 ’책읽기’라고 생각한다. ’읽지 않으면 쓸 수 없다.’라는 말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