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의 세 친구 다 읽은 날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일본에 있을 때 가장 부러웠던 점은 나랏일 하는 사람들끼리 쓸 데 없는 논쟁을 벌이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홍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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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이 승리하고 야권 연대가 패했다. 아마 야권이 선거에 지려고 최선을 다한 반면, 여권은 숙이고 숙이고 숙이면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부적격자들을 잘라버렸다. 물론 나중에 두 명이 문제가 되긴 하였지만. 야권이 보여준 추태에 비하면 제대로 선거 치러본 사람들의 세련된 모습들이 보였다.

책을 다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그날, 선거일에 이렇게 써두었다. “갑신년 세 친구 다 읽음, 기분이 나쁘다.”

왕조 국가의 끝자락에서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내놓지 못하면서 혁명을 도모했던, 하여 백성의 자리를 제대로 알 리 없었던 인물 홍영식.

외세의 힘으로 늙은이들을 몰아내고 젊고 참신한 인물들로 싹쓸이 하려 했던 김옥균.

전왕의 부마라는 지위에 걸 맞는 대우를 내심바라며 친구로 지내던 이들이 죽은 뒤에도 우여곡절을 거쳐 일본귀족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던 박영효. 그는 그가 갑신정변을 주도한 것으로 착각을 한다.

윤치호! 미국대사 통역원. 그의 삶마저도 생각나게 한다.

조성기의 [좌옹의 길]이 있어 찾아 읽었다. 이도 저도 휩쓸리지 않는 중간 지대의 인물 아니던가?

요즘 새삼 극단이 아니라 둘 다를 인정하거나 둘 다는 거부하는 그러한 삶에 눈귀가 간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과연.

뭐 무지렁이 잡것의 집안에서 뭐 대단한 일을 도모했겠냐만은.

안재구교수의 따님의 글이라는 게 마음 들었다. 그런데 길다. 과연 청소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 무거운 내용이다.

 

	아들이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 박혀 있는 대신, 아버지 홍순목 대감은 한 번 입궐하면 늦도록 퇴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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