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로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이제 이 작가의 패턴도 알았고, 지겨울 법도 한데 비슷한 패턴에도 질리지 않고 빠져든다. 다른 건 더 안읽어도 알 것 같아 하다가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그의 소설을 찾게만드는! 끝없는 궁금증으로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어떤 반전이 있을까 기대도 하면서 읽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 기대하면서도 읽었고! 500 페이지 가량의 장편소설인데 사건은 언제 벌어지는 거야 하며 사실 처음에 조금 지루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사건은 지루함 속에서 갑자기 찾아왔다. 샐리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뒷통수를 얻어 맞은 것 처럼 샐리가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했다. 마치 뭔가 잘못된거겠지?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며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하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이었고, 혼자 남은 샐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하나뿐인 남편이 아내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린 것이다.

 

 우울증을 앓았던 샐리에게 이 일은 너무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이 곳에서 지극히 혼자였고, 샐리의 사람들은 전화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너무 먼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얻게된다.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 그렇게 샐리를 보며 어떤 관계라도 의미없는 관계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관계가 나와 호의적인 관계이던 적대적인 관계이던 모든 관계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부정적인 의미로도 모두 관련이 있다. 그래서 혼자였던 샐리는 사실 혼자가 아니기도 했다. 단 한 번으로 만남으로 연을 맺게된 줄리아와, 그 밖의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며 '관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주변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까지도.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참 많이 느끼게 했던 책이다. 내게 하나뿐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모르는 사람처럼 돌아서기도 하며, 너무 먼 사람이라도 느꼈던 사람이 더 따뜻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처럼 '관계'라는 건 정해진 틀이 없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중요시 여기는 '인맥'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관계에서 인맥까지, 이 책은 그런 관계를 참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가 된 후에도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신의 아들을 거부하던 샐리.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국엔 아들을 되찾았다. 아들을 되찾은 일상은 여전히 고되지만 그녀는 이제 진정한 엄마였다. 아직 인지하는 능력도 없고 샐리가 엄마인 것도 모를테지만 이미 샐리와 잭 사이에도 관계는 존재하고 그 관계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관계이다. 그렇기에 지켜야했고, 그 진실함은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