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누구 ? / 도로시L.세이어즈 / 박현주 옮김 / 시공사 펴냄

추리소설을 접할 때 우리는 어떤 기대감을 하게될까?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미스테리한 사건을 하나,둘씩 풀어가면서 느끼는 짜릿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론으로 이어지는 놀랄만한 반전

이런것들이 추리소설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들이라 생각한다.

어린시절 즐겨읽은 셜록홈즈 시리즈나 최근에 읽기 시작한 김탁환 작가의 시리즈등에서 나는 이러한 묘미를 만끽할수 있었다.

작가도 작품도 생소한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도 나는 이러한 재미에 빠지기를 원했다.

1920년대에 발표한 작품에 어울리게 책의 표지또한 상당히 고풍적인 느낌이다.

도로시 L. 세이어스라는 작가의 첫 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긓그 후 같은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오랜시간동안 사랑을 받은 추리소설의 대가인 그가 만들어낸 주인공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코나도일 셜록홈즈 ? 김탁환의 김진?

새로운 인물과의 첫 만남은 항상 설레이기 마련이다. 그 인물이 매력적이기까지 하면 그 설레임은 배가 된다.

이제 20세기초 명탐정으로 첫 걸음을 내딛는 피터 윔지 경과의 연애에 빠질 시간이 된 것이다.

전형적인 영국 귀족인 윔지경은 고서 수집이라는 상당히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미스테리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경력이 있는 전도 유망한 사립탐정이다.

또한 그의 집사는 영국 귀족사회에서의 주인과 하인이라는 상,하 관계에 국한되지 않은, 사진에 조회가 깊은

윔지경의 멋진 조력자로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셜록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을 연상할수 있는 전형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다.

그 후 벌어지는 사건의 전개를 살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살인사건과 실종사건.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며, 범행 동기조차 밝히기 힘든  이 두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피터 윔지경의 두뇌 싸움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영국의 경찰은 어느정도 무능함을 인정한 채 등장한다.사실 그래야 책의 주인공이 돋보일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별개의 사건으로 몰아가는 경찰 수사에 , 의심을 품은 주인공의 탁월한 추리 능력에 독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빠져들어가야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이 책은 중간 정도 쯤에서 이미 사건의 결말을 짐작할수 있게 된다.

물론 범인을 일찌감치 잡아놓고 그 범햄의 동기와 방법등을 거꾸로 풀어가는 형식의 추리소설도 많이 있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엿보는 재미또한 빼놓을수 없는 추리소설의 백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뚜렷한 범행의 동기나 치밀한 범행과정 또한 범인을 잡게된 결정적인 추리과정이 너무 어설프다. 또한 특별한 반전도

없다. 기세등등 하다가 바로 꼬리를 내려버리는 시시한  싸움판을 구경한 느낌이다.

작가의 첫번 째 작품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 후로 등장할 시리즈물을 대비해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능력을 맛보기 수준에서 끝내고 만 것일까?

이젠 나올때가 된것 같으데, 같은데 하다가 그냥 끝나버린것 같은 조금은 아니 많이 맥이 빠진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출판사의 홍보문구와는 많이 외람된 힘빠진 추리소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