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캐비닛 13호에는 세상에 믿을 수 없는, 한가할 때 TV채널을 돌리다가 으~.. 왜저럴까? 정말? 이렇게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고 있다. 알 수 없는 세계처럼 등장하는 지역과 명칭, 등장인물에서는 한국이고, 한국 사람인데 현실감과 동떨어진 우주 공상 만화를 읽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혐오감은 조금씩 사라졌다. 어쩌면 혐오감에 점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파일을 읽으면 연민과 슬픔을 느낄 때도 많았다. 파일 속의 이야기들은 재미있었다. 신기했고, 특이했고,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행정적인 냄새가 나지 않았다. 나는 별일 없는 오후에는 항상 사층 자료실로 올라갔다.

캐비닛을 여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 속안에 있는 사람을 다른 또다른 종의 출현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뭐야..하고 내팽겨칠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가장 신기하면서도 슬프게 생각되며 기억에 남는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새끼 손가락에 은행나무가 자라는 남자의 이야기 처음에는 신기하다.라며 책장을 열게해 준 남자였다. 하지만 그가 점점 은행나무에 홀릭되면서 마음을 주더니, 자기 자신까지 은행나무에게 전부 줘버렸던 그 남자 이야기. 산속에서 껍질만 남겨진 채 은행나무가 뿌리내릴 수 있게 할 정도로 빠져들 수 있을까 의문점을 남기며 그 남자를 책장을 넘기며 땅 속에 묻어주었다. 이처럼 캐비닛에서는 세상에 이런일이? 하면서 까무러칠만한 사람들이 다 나온다. 휘발유를 마시며, 혀 안에 도마뱀을 키우고, 유리와 철근을 먹는 사람들. 그러면서 이러한 사람들 속에 나도 기이한 현상을 나타내는게 있을까? 하면서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인간 유형은 포토러들이었다.

토포러들의 공통점은 긴 잠에서 깨어나면 활기차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에 몰입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다정다감해지고,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바뀌며, 또 굉장히 건강해져서 병이 있는 사람들은 간혹 병이 치유되거나 호전되는 일이 있으며, 몸의 노폐물과 숙변이 빠져나가고 지방이 분해되어서 날씬해진다는 것이다.

캐비닛의 토포러들처럼 겨울잠 자는 곰같은 깊은 잠을 자보지 않았지만, 나는 잠이 많다. 줄여보려고 하면 더욱 생활이 역효과를 드러내며 엉키고 만다. 요즘 생활은 토포러들처럼 6개월,1년은 아니어도 시간이 금같은 시대에 하루라는 시간을 어느샌가 채우고 자버리기도 하고 예전에 한참 성장기 때 방학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채 한달을 지낸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을까? 했다. 바닥만 보이면 바로 드러눕고 아무리 밥 먹으라고 일어나라고 해도 하루에 겨우 깨워 한끼를 먹고 다른 생활도 못할정도로 잠이 쏟아져 잠만 자서 혼나기도 했던 그 때가 생각난다. 아마 배치고사를 끝내고 난 뒤로 추측된다. 해방감에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몰려와 계속 잠만 잤던 것 같다. 그 때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잠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의 불안 때문에 삶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삶을 맞춘다. 우리는 삶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해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만든다. 습관과 규칙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 말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삶이라니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혹시 효율적인 삶이라는 건 늘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기억할 만한 멋진 날이 몇개 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계속 되는 캐비닛의 여행에 빠지고 나면 더욱 나는 심토머인지 의심이 깊어지고 만다. 지금부터 체크해보자

1. 표를 열심히 모아요. 공연장, 콘서트, 전시회, 음악회, 영화관 갈 때마다 항상 표와 팸플릿을 챙겨두죠.
나는 정말 영화표 모우기 광이다. 영화에 미쳐 사는 데 티켓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그 찝찝함이 이루말할 수 없다. 일기장은 모은적은 없지만 쌓여가는 티켓북은 많다. 하물며 친구들이 티켓북 사줄까? 하며 선물 리스트에 들어가기도 한다.

2. 직장을 자주 바꾸는 편이예요.
이건 패스. 아직까지 알바를 해도 오래하는 패턴

3. 제가 먹는 것은 간단합니다. 콘플레이크죠. 가격도 싸고 모든 영양이 균형 있게 들어 있습니다. 다른 것은 전혀 먹지 않습니다.
이것도 패스. 살찌는 가을. 책 읽는 만큼 먹고 싶은 건 꼭 먹어야 한다. 신메뉴는 꼭 먹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미*에 가서 게살*땅을 헤치우고 왔다.

4.저는 보험 판매를 하는데 도무지 지하철을 탈 수 없어요. '걱정마. 걱정마.앞으로 고작 열한 정거장이 남았을 뿐이야.'
지하철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빨리 내리고 싶어서 남은 정거장 수는 자주 세우는 습관이 있다. 아직 광주의 지하철은 많은 인구들이 이용하는 편이 아니라서 마주보는 지하철 속은 민망하다.

5. 귀에서 자꾸 벨소리가 들려요.
벨소리 보다 진동일 때가 많아서 자주 진동이 오지 않았는데 오는 것처럼 느낀다.

.................

"저도 심토먼인가요?"

" 아뇨, 당신은 심토머가 아닙니다. 걱정마세요. 당신은 아직 이 도시에서 견딜 만합니다."

아직 심토머는 아니란다. 하지만 여기서 더 심하면 심토머이겠지. 암처럼 염증이 악성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캐비닛의 돌연변이로 나타나는 다양한 사람들, 하지만 곧 우리 사회가 보이지 않게 마음으로 이러한 병을 끌어안고 있지 않은지 생각이 든다. 이 돌연변이로 부터 느껴지는 점은 외로움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건가?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때문에 기이한 현상을 하며 꾸준히 자기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