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 소설이 출간 되고나서 해외로도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나라 문학이 그리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내심 기대와 우월감이 느껴지기도 해서 꼭 읽어야지 하며 사다놓고 표지 구경만 지금까지 해왔다.

맨부커상을 받고나서 국민 누구나가 관심을 가졌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글은 정말 잘 썼는데 내용이 도대체 마음에 와 닿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아, 세상 사람들과 나와의 괴리감 같은 걸 느꼈었다.

이번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는 거리감까지는 아닌데, 의문과 반박하고픈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엄마라는 단어 앞에서 과연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되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소설 속의 엄마가 살아온 과거사는 어찌 보면 평범한 우리 주위의 할머니나 어머니의 삶과도 닮았을 수도 있다. 책 뒤 정홍수 문학평론가분은 이를 ‘핍진성’이라 표현했는데, 이는 나도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엄마, 아니 대부분의 엄마들이 무조건적인 순수한 희생만을 해왔다는 듯한 말에는 공감할 수 없다. 누군가는 자식으로 인해 받는 행복과 만족감을 위해, 또 누군가는 자식 농사 잘 지어 노후의 걱정을 덜려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냥 다 이렇게 자식 낳고 사는 것이니 그냥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단지 엄마이기 때문에 희생은 당연한 것이고 이를 알아주지 못하는 자식은 다 죄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난 왜 흥분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도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물론 받아왔다. 거기에 구박과 폭력도 함께 더해져 아픈 기억들도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엄마를 원망하진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 커서는 이해의 쪽으로 기울어졌고, 혼자 계신 엄마를 위해 뭐라도 하나 더 챙겨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으니 말이다.

무조건적으로 희생만 하며 사랑만 쏟는 어머니상을 떠올리는 자체가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경험한 어린 시절의 어머니상과 너무나도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런 삶을 사는 여자의 일생 또한 내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어머니상이 아니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표절의 문제가 부각되었다하더라도 내가 신경숙의 소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녀의 문체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충분히 있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녀만의 언어들이 어렵고 어지러운 포장을 하지 않고도 이렇게 아름다운 글로 완성이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