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란 나라에 대해 거의 무지한 난 '돌의 연대기'란 제목이 그저 고대의 돌들이 연상되어 신비롭게만 느껴졌다.

첫 페이지에 이 도시의 설명-모든 것이 돌이고 노후해 있고 세상에서 가장 경사진 곳이라 길 한쪽에서 미끄러지면 어느 집 지붕에 떨어질 수도 있는-이 나왔을 때는 고풍스러운 풍경으로까지 그려졌다.

그리고 이 도시에 대한 덧붙인 설명-처음 발을 들인 나그네는 이 도시를 무언가에 비교하고픈 욕구를 느끼지만 그것이 덫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을 보고도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곳이 그렇게 오래 세월 동안 억압과 핍박과 전쟁의 상처로 억룩진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바니아는 14세기 후반까지 주변 강대국이던 로마, 비잔틴, 슬라브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19세기 말까지는 터키의 통치하에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인 2차세계대전 때는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의 차지가 되면서 여러차례 폭격을 당하기도 한다. 거기다 정치적으로 갈려진 발리스트들과 유격대원, 이사 토스카 사람들도 등장해 뭔가 복잡한 갈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들로 이곳 역사를 돌아보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긴박하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띠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호기심 가득한 주인공 아이의 눈으로 그려져 무슨 재미난 볼거리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그렇지만 폭격과 피신과 살인이 등장하는 전쟁 소재인 만큼 그 폭력성이 덜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뭔가 덤덤하게 다가가 엿보고 뒤늦게 한방 처럼 뇌리에 꽃히는 것이, 참으로 파란만장한 아픔의 역사를 가진 나라였구나 하는 것이다.

단단한 돌 껍데기 속에서도 부드러운 과육 같은 그들의 삶은 다시 채워졌다란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 이런 아픔쯤이야 하는 희망찬 메시지로 들려, 긍정의 힘을 선사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