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분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진실 되고 꾸밈없는 표현들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닐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네 집 등의 소설을 읽고는 어떻게 그렇게 힘든 시기들을 이렇게 담담하고 잔잔하게 써냈을까 찬사를 보냈었다. 그리고 뒤늦게 등단하고도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그 기운찬 글발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수필 ‘호미’는 단독 주택에 살면서 화단 가꾸며 알게 된 소소한 재미와 느낌부터 그녀의 가족과 지인들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고향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녀의 집 화단에 피는 꽃들은 4계절 다 헤아려 출석부로 만든다면 100종류가 넘는다고 지인들에게도 자랑하고 다닌다 한다. ‘타샤의 정원’의 타샤 할머니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글 쓰는 중간 중간 소일거리로 이꽃 저꽃 돌봐주며 출석부를 불러봤을 완서 할머니의 모습이 나의 미래 할머니상을 꿈꾸게 만든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다 경험하셔서 그런지 쏟아내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이야기보따리를 지녔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15살에 해방이 되고 처음으로 한글 가갸거겨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은, 역사를 배웠으니 그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한글을 그렇게 늦게 시작하셨는데도 나이 70 넘어서 이렇게나 단정한 글을 쓰시다니 말이다.

 

개성이 고향인 선생이 들려 준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이야기 중 나도 모르게 군침을 흘린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된장과 호박잎쌈이다. 강된장을 끓일 때 참기름 마늘 다진 것 대파를 넣고 쌀뜨물을 붓고 끓이다 풋고추를 된장의 양만큼 듬뿍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된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는 포장된 양념으로만 만들어 먹었던지라 집에서도 강된장을 만든다는 사실에 놀랐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만들었던 강된장의 야채 재료들과 너무도 달라서 더 그랬다. 키포인트는 풋고추였구나 연신 감탄을 하며 입맛을 다셨는데 바로 도전해봐야겠다.

 

가족 이야기 중에는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여성 차별이 심했던 시대이고 가정형편도 어려웠던 때인데도 딸인 그녀에 대한 교육열은 열성적이었고 장차 신여성이 될 것을 강조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어머니에 대한 강압을 스트레스로 느끼기도 했었는지 소설 엄마의 말뚝에 이것을 소재로 썼다고 한다. 다른 소설에 등장한 그녀의 어머니 이미지로 봤을 땐 그리 나빠 보이는 교육법이 아니던데 아무래도 당사자는 좋은 기억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보면 그런 어머님 덕분에 그녀가 장차 글을 쓸 수 있는 기반을 쌓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