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란 작가를 알게 된 건 얼마전 수업자료로 받은 -사육-이란 단편소설을 통해서였다. 9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일본에서는 오에 겐자부로상도 제정되었다니, 아직도 나의 문학 식견이 많이 모자람을 느낀다.

어린 시절 전쟁을 경험한 저자는 할머니와 아버지가 연달아 돌아가신 해,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는 문장에 매료되어 이 문구를 삶의 방침으로 삼았다고 한다.
언뜻 보면 단순하고 애매한 문장처럼 보이기만 하지만, 전쟁과 죽음을 경험한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지옥을 맛 본셈이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저자가 자신의 독서 이야기를 하며 재독, 다시읽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다.
난 감동 깊게 읽은 책을 다시 보라는 이야긴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감동 깊게 읽은 책이 번역서일 경우 일단 번역서를 보며 맘에 드는 문구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줄을 그어둔다. 그리고 원서를 구해다 두책을 펼쳐놓고 밑줄 그은 부분을 비교해가며 읽는다. 다음은 원서를 처음부터 읽으며 그 감동을 재현시킨다는 것이다.
이 부분 읽고 난 그저 오~대단하신 분이시구나를 감탄만 했지 감히 실천은 못하겠다.

이 책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을 조금씩 예로 들긴 하는데 블레이크 부분에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해, 시를 인용하고 운율이나 세세한 단어 의미까지 설명하는데 읽다가 이 책 제목 다시 확인했다.
--읽는 인간--이었다. 과연 저자는 자신이 빠진 작품은 엄청난 열정으로 읽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