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산을 알게 된 건 -아프리카여 안녕-이란 유치한 사랑을 하던 여고생 얘기를 통해서였다.
인터넷 헌책방에서 작가의 96년판의 소설 -사랑의 이름으로-란 요책을 발견하고 바로 선택했다. 제목부터가 무척 촌스럽고 유치함이 묻어나지만 내용은 생각보다는 덜 유치한 듯했다.

고등학생과 여선생의 사랑이라는 막장분위기를 자아내기 안성맞춤인 조촐한 스토리다.
하지만 욕구와 죄책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인간을 통해 인간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뭘까를 생각하다 간단명료한 결론을 가진 나는 그저 피식 웃음만 나왔다.
작가도 영혼과 육체는 어떤 황금분할로 이루어져 있나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싶었다했는데, 이런 주제를 고민한다는 자체가  생기와 탄력으로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을 가진 이들에게나 가능한 게 아닐까.
나도 20대에 읽었다면 깊은 감동과 함께 사랑이 뭐길래로 고민하며 공감했을지도 모르겠다.

작품평에 채호석님이 말하길, 선생과 제자인 그들이 세상에 아무런 상처를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작가의 분노에 찬 고발을 엿보았다고 했다.
잘 모르겠지만 81년도의 필화사건을 두고 언급한 듯한데, 나 또한 그 일을 생각하니 가슴 아프다.

  고분고분하고 얌전해 보이던 20대의 형민이 인생풍파 다 겪은 듯한 유희와의 대화에서, 형민의 말투가 ~요체에서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반말로 나가는 건 이해가 안 된다.
형민이 반말로 나오기 시작하는 건 책의 중간부터인데 호텔과 커피숍 종업원에게도 어울리지 않게 반말로 나와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혹시 이중인격인가해서 유심히 살폈봤는데 그도 아니었다.
아님 교정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학사상사면 그래도 큰 출판사 같은데 이런 실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