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책은 다 만화책만 소개된 줄 알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빌렸는데 알고 보니 에세이였지만 읽는 내내 행복해서 빌리기를 잘했구나 싶었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라는 책의 제목도 참 좋고, 표지의 색 배합도 내 취향이고, 책의 이야기마다 마스다 미리가 그린 일러스트도 예쁘고, 무엇보다 만화에서 느꼈던 그대로 섬세하고 예민한 마스다 미리의 감성이 제일 좋았다. 3년 넘게 잡지에 연제된 글을 모은 사랑 에세이인데 5, 7, 5조의 일본 단시 형태로 뽑은 소제목도 운율이 느껴져 멋스럽다.

 하나하나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묘하게 관능적이기도 한데 어쨌든 다시 한 번 내린 결론은 '여자는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 같은 여자로서 여자를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느껴 봐야 여자들 입장에서 뭐 도움이 될 건 없겠지만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여자의 여자짓이 모두 사랑스럽다. 남자가 보기에는 내숭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다른 여자 입장에서는 꼬리 열 개 달린 불여우짓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여자의 모습, 사랑스럽지 않나?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열심히 화장을 고치고 있는 여자가 있다면, 그다지 예쁘지 않은 여자라도 너그럽게 봐주기. 그것은 여자들만의 암묵적인 약속.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홀로 싸우는 중이니까('오늘 키스하게 될까, 하며 바라보는 거울' 중에서).

이렇게 고군분투하는 여자도 사랑스럽고

꼼꼼하게 눈화장을 하게 된 것도, 블라우스의 소맷부리까지 다림질을 하게 된 것도, 대충대충 살던 하루가 소중하게 바뀐 것도 그가 마음에 들어온 이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직장에 있다는 것만이, 나를 출근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내일 갑자기 고백을 받는, 망상을 한다' 중에서).

예뻐 보이기 위해 상대는 전혀 모를 애를 쓰는 것도 사랑스럽고

화장, 얼굴체조, 팩. 할 수 있는 건 일단 해보지만,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점점 할머니가 되어 간다. 예뻐졌다는 말은 젊었을 때나 들을 수 있는 말(중략). 이제 앞으로는 갑자기 화악 예뻐질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면 무척 슬프다. 남자를 매료시킬 것이 성격밖에 없다니, 싫다. 외모로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겉모습보다 내면? 하나도 기쁘지 않아' 중에서).

이렇게 투덜투덜거리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이제 헤어질 단계에 들어섰다. 냉정한 마음으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것은 사랑을 닫기 위한 약간의 절차('그래, 헤어져주기로 하자' 중에서).

이런 거로 자존심을 세우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그의 작은 선물, 그 별것 아닌 선물이 기쁘다(중략). 여자는 자기를 소중하게 대하는 느낌을 실감하길 좋아하고, 만났을 때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만나지 않아도 좋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생동을 무척 좋아한다. 알기 쉽게 사랑받기를 원한다('내가 늘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오린다' 중에서).

몸은 이미 어른이지만 안에 간직한 소녀의 마음이 사랑스럽고

사랑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혼자 있을 때도 자신감을 준다. 약속이 없는 금요일 밤도 이제는 조금도 두렵지 않은 것이다('애인이라는 이름의, 아군이 한 명 있다'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약속 없는 불금이 겁나지 않아지는 것도 사랑스럽다. 마스다 미리가 이 책에서 그려낸 여자는 모두 사랑스럽다. 일러스트의 발그스레 홍조 띤 여자들의 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