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꾸준히 학습한 영어 실력으로 한번도 영어권에서 생활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영업 사원이 되었다. 해외 출장을 다니고 바이어와 회의를 해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계약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는데 일이 터졌다. 식사 중에 내가 재채기를 하게 되었고, 바이어는 웃으면서 “God bless you” 하고 말해주었다. 이에 나는 웃으면서 “Thank you” 하고 대답했는데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나는 도대체 영문을 몰랐다. 해외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그 이유를 들었을 땐 얼굴이 빨개졌다.

 

수많은 문법책과 회화 책을 통해 많은 표현을 익히고 토익시험을 보면서 비즈니스 용어를 익혔다. 하지만 식사 테이블에서 재채기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Thank you”가 아니라 “Sorry” 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언어를 익혔지만 현지의 문화를 흡수하지 못해 생긴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서 공부해야만 외국인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 수 있는 것일까?

 

<백선엽의 기막힌 대결>을 접한다면, 이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미국에 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그들만의 영어표현이 1000개 이상 나와 있다. 책에서는 상황, 주제, 장소 등 100가지 주제를 통해서 한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에 대해 비교를 했다. 책의 표지는 여러 번 뒤적여도 좋을 만큼 튼튼하게 되어 있다. 초급자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고 영어를 좀 한다는 이들도 미국식 표현을 보고 한번에 이해하기 힘들어서 여러 번 봐야 하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잘 분류된 목차는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나눠진 주제별로 매일 조금씩 공부하기 편하게 되어 있다.

 

 흥미로운 주제로 분류된 다이얼로그를 읽어보면 유쾌한 그림과 함께 나와 있어 제목을 보면서 상황이 추측 가능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많은데 이는 다음 페이지에 나와 있는 한국어 해석과 함께‘한국에서 배운 영어와 비교하기’ 코너를 통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내 맘대로 추측해서 영작해보기’를 통해서 한국에서 배운 기존의 영어지식을 활용해 영작을 해보고 미국식 표현과 비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미국영어 VS 한국영어 파헤쳐보기’에는 미국식 표현의 구체적인 풀이와 사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고 ‘백선엽의 에소프레소’ 코너에서는 저자의 경험을 살려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영어 공부하는 노하우를 전해준다. 또한, 같은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짚어주기 때문에 책을 공부하는 내내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의 활용법으로 “일단은 처음부터 외우려 들지 말고 가벼운 기분으로 끝까지 읽어보고 초급자인 분들은 표현을 모두 공부한 후에 맨 마지막에 암기하고 복습하는 마음으로 빈칸 채우기를 해보세요. 영어의 기본기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빈칸을 채워보고 그 뒤 페이지에 나온 한국식 영어와 비교하면서 공부해보세요.” 라고 권하고 있다. 

 

유행어나 구어체여서 비문법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으나 한국어처럼 실생활에 유용되는 말과 실제적인 문법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유행하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여태껏 공부했던 것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서 조급함이 생기는 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